IBM 특약(33) AI의 요리 솔루션

식당 주인이라면 누구나 대박을 꿈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를 보며 한숨만 쉬는 주인들이 더 많다. 결국 식당 앞에 손님을 길게 세울 수 있는 건 차별화된 요리의 맛과 질인데,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향신료 기업 맥코믹앤컴퍼니도 맛의 비밀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최근 백선생만큼 섬세한 요리 고수를 만났는데, 흥미롭게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었다.

글로벌 향신료 기업 맥코믹앤컴퍼니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향신료를 개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향신료 기업 맥코믹앤컴퍼니는 AI를 활용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향신료를 개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많은 맛집들은 제조법을 비밀에 부친다. 장사 밑천이 되는 특별한 기술인데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어서다. 물론 다른 곳에선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맛을 레시피만 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인터넷에 널린 조리법 대로 요리를 하는 데도 번번이 실패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요리의 세계는 섬세하다. 셰프뿐만 아니라 식품 관련 기업들이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요리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이유다. 맥코믹앤컴퍼니 역시 그렇다. 이 회사는 독창적인 풍미를 연구하는 글로벌 향신료 기업이다. 자연에 널린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향신료ㆍ조미료ㆍ소스를 개발해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지의 수많은 식당과 식품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향신료의 특성상 재료와 배합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연구ㆍ개발(R&D)을 소홀히 할 순 없다. 맥코믹앤컴퍼니는 현재 세계 곳곳에 20개의 기술혁신센터를 두고 있다. 여기선 400여명이 넘는 향료전문가, 요리연구가, 천연제품 화학자, 식품 과학자 등이 일하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초점을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위상도 대단하다. 캐나다의 미디어투자자문기업인 코퍼레이트나이츠가 발표한 ‘2019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중 13위를 차지했다. 식품 기업 중에선 1위다.

하지만 이런 회사도 ‘더 뛰어난 맛’을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깊다. 향신료는 기본적으로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지만, 자칫 잘못 쓰다가는 음식의 맛을 죽이기도 한다. 그만큼 향신료를 개발하는 데는 섬세한 연구가 필수다. 수천가지의 재료를 활용해 성분조합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배합까지 결정하는 건 기본이다. 성분 비율을 조금만 달리 해도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져서다.

문제는 이런 적절한 맛을 찾아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향신료 개발자는 수년간의 실습을 통해 관련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요리에 적합한 샘플을 추리고, 이를 두고 다양한 소비자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맥코믹앤컴퍼니 이를 단축할 솔루션을 찾았다. 인공지능(AI)을 통해서다. 이 회사는 40년간 수집한 미각 관련 데이터를 IBM 리서치팀과 공유했다. 이 팀이 보유한 ‘IBM 리서치 포 AI’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다. 플랫폼의 이름은 ‘원(One)’. 수십만개의 화학 수식과 수천가지의 원재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요리에 적합한 맛을 찾는 게 이 플랫폼의 역할이다.

바닐라콩의 예를 들어보자. 가령 세계 여러 곳에서 공급되는 바닐라콩은 지역별로 다양한 맛을 내는데, ‘플랫폼 원’은 각 요리에 맞춘 최적의 바닐라 향신료를 선별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맥코믹앤컴퍼니는 신속하게 새로운 레시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당장 올해 안에 ‘플랫폼 원’이 개발한 상용 제품이 나온다. 향신료 ‘터스컨 치킨’ ‘버번 포크 텐더로인’ ‘뉴올리언스 소시지’ 등이 미국 유통매장에 진열될 예정이다. 다양한 배합 방법과 소비자 반응을 학습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응용 레시피를 만든 결과다.

적절한 레시피 찾아주는 AI 

맥코믹앤컴퍼니의 CEO 로렌스 쿠르지우스는 “지속적인 제품 개선과 새로운 풍미 개발을 위해선 가장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적용해야만 했다”면서 “앞으로도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 기술을 도입해 요리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엔 AI 셰프의 손을 거친 요리가 우리의 입맛을 홀릴지도 모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한국IBM 소셜 담당팀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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