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유리한 것보다 불리한 해석부터 새겨들어야 
[양재찬의 프리즘] 유리한 것보다 불리한 해석부터 새겨들어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33
  • 승인 2019.04.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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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대표ㆍ경제계 원로들 만난 대통령
따끔한 지적을 새겨듣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듣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따끔한 지적을 새겨듣겠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듣는 것이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앞에서 청년은 울었고, 경제계 원로들은 쓴소리를 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울먹였다. 그의 눈물은 이 땅의 청년들이 마주한 팍팍한 현실 그 자체였다. 뉴스를 통해 이를 지켜본 많은 기성세대들이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

이틀 뒤 3일 청와대에 초청된 손님들은 경제계 원로였다. 총리나 경제부총리, 중앙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다. 상당수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혁신성장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진보ㆍ보수 편 가르지 않고 시민단체 대표와 경제계 원로들을 만나 대화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시민단체 대표 간담회는 진보 진영 단체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 단체도 초청받았다. 경제계 원로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 활동한 인물도 초청됐다. 정파를 뛰어넘어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초 대통령의 경제행보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지 만남에 그치고 정책 변화나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또다른 이벤트’였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중소ㆍ벤처기업, 대기업ㆍ중견기업, 혁신벤처기업, 자영업ㆍ소상공인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 대화했다. 그러나 후속대책으로 나온 것은 시행이 예정돼 있던 규제 샌드박스 제도 정도다. 

더구나 이번 시민단체 대표와 경제계 원로들과 간담회는 4ㆍ3 보궐선거 이틀 전과  선거 당일에 열렸다. 함께 식사하고, 사진 찍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기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브리핑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데 그친다면 보궐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을 들을 소지도 있다.

민생경제가 어렵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빈부격차는 커지고, 가까스로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넉달째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민심이 이반하며 4ㆍ3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선자를 한명도 내지 못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스스로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 불만과 호소가 많았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4월 첫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1.0%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49.0%로 긍정평가보다 8%포인트 높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38.0%), 북한 관계 치중ㆍ친북 성향(14.0%), 일자리 문제ㆍ고용 부족(6.0%), 인사 문제(5.0%), 최저임금 인상(3.0%) 등 경제 문제가 다수였다.   

4월 첫주 국정수행 지지도는 2017년 5월 9일 대선 당시 득표율(41.08%)과 같다. 취임 초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떠받쳤던 ‘유입 지지층’이 모두 이탈했음이다. 지역별로 볼 때 서울의 지지율은 38.0%로 40% 아래로 내려갔다. 대구ㆍ경북은 25.0%,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인 부산ㆍ울산ㆍ경남도 37.0%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시민단체 대표와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고 옹호했던 문 대통령은 경제계 원로들의 지적에는 특별한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속도 조절에 동의하는 측면도 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간담회가 끝난 뒤 배포된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는 원로들의 지적들이 일부 빠지거나 두루뭉술하게 표현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경제통계든, 각계 인사와 만남이든, 여론조사나 선거 결과든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 들어선 안 된다. 오히려 따끔한 지적이나 불리한 해석부터 새겨들어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게 해 국정 추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시중에 불문가지不問可知(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알 수 있음)를 빗댄 신新사자성어 불문가지不文可知’가 나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문 대통령만 모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5월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두돌이다. 지난 2년을 냉정하게 되짚어보고, 남은 3년을 어떻게 운영할지 깊이 고민할 때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무리한 정책실험-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탈脫원전 등-에 대한 궤도 수정을 포함해서.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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