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에 오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박삼구 금호아시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떠났다.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다. 외부인사를 데려와 CEO에 앉힐 계획이지만, 시장 사람들은 ‘황태자’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대 주주가 박 사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키를 잡을 만큼의 능력이 있느냐다.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금호 황태자’ 박세창 사장의 경영성적표를 들춰봤다. 

그룹이 위기를 겪으면서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룹이 위기를 겪으면서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그룹 내 위상과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나그룹 회장이 물러나면서다. 삼일회계법인의 ‘한정 감사의견’이 도화선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랴부랴 재검사를 받아 ‘적정 의견’을 받아냈지만 나빠질 대로 나빠진 경영실적까지 바꿔놓진 못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조단위의 시장성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 이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채권단 지원이었는데, 이를 위해선 박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박 회장 사퇴 이후 산업은행은 3일 “아시아나항공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1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4월 6일로 1년이 돼 시한이 끝나는 MOU를 한달 더 늘린다는 얘기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 하락(BBB-→투기등급 BB+),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상환 발동 등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다. 

박 회장이 빠진 그룹 경영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한다. 그룹은 이른 시일 내에 능력 있는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앉히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고 ‘황태자’ 박세창 사장의 존재감이 약해진 건 아니다. 박 사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IDT의 수장이다. 지분구조만 봐도 ‘3체 경영 체제’는 언제든 가능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데, 박 사장은 금호고속 지분 21.0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박삼구 회장(29.7%)의 뒤를 이은 2대 주주다. 

주목할 점은 그가 그룹을 책임지고 운영할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느냐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박 사장의 경영성적표가 신통치 않아서다. 2005년 금호타이어에 입사(경영기획팀 부장)해 영업총괄 부사장, 기획ㆍ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했지만 성과는 낙제점이었다. 

그가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2014~2016년 실적은 해마다 감소했다. 2014년 358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6년 1201억원으로 뚝 떨어진 건 대표적 사례다.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키를 잡은 아시아나IDT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시아나IDT는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ㆍ사물인터넷(IoT) 등 미래성장동력을 담당하는 IT기업으로 포장돼 있지만 성장의 원천은 ‘내부일감’으로 제한돼 있다. 

빨간불 켜진 금호그룹

최근 3년간 매출이 2016년(2630억원), 2017년(2649억원), 2018년(2454억원) 등으로 꾸준했던 것도 순전히 내부거래 덕이었다. 아시아나IDT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55.0%), 2017년(61.7%), 2018년(58.1%) 등으로 꾸준히 높았다. 

뒤집어 말하면 아시아나IDT의 실적은 박 사장의 능력이 아니라 그룹에 달려 있다는 거다. 익명을 원한 재계의 관계자는 “‘자산매각’ ‘비수익 노선정리’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IDT의 연간 매출 600억~800억원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박 사장의 능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물론 박 사장이 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경쟁력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향 전환이 구조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SI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아시아나IDT는 항공 관련 IT 솔루션 외에 뚜렷한 사업성과를 낸 기업이 아니다. AIㆍ빅데이터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긴 하지만 이곳은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이 장악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으로 거래망을 넓히는 것도 쉽지 않다. IT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노동집약도가 높아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아시아나IDT의 지난해 상장 작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예상했던 공모 희망가 1만9300원~2만4100원에서 크게 낮은 1만5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상장 첫날 주가는 여기에도 못 미치는 1만2450원에 그쳤으며,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도 주가는 여전히 1만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모두 박 사장이 키를 잡은 뒤의 일이었다. 박 사장은 위기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살려낼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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