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버스 안전한가

연한 초록색의 경기도 시내버스는 다른 지역 버스보다 사고가 잦다. 과속ㆍ난폭운전에다 정류장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도 숱하다. 승객 입장에선 위험천만한 곡예 운전에 불만이 생길 법도 하지만, 이들이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얼마를 임금으로 받는지, 하루 몇 분을 쉴 수 있는지를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기도버스의 사고가 인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기도버스에 직접 타봤다. 

시민들은 주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인 시내버스의 난폭운전을 경험할 때가 많다.[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은 주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인 시내버스의 난폭운전을 경험할 때가 많다.[사진=연합뉴스]

4월 3일 오후 11시, 경기 60번 일반버스가 종점(영등포 신세계백화점)을 출발해 기점(인천 단봉초등학교)에 닿는 동안 걸린 시간은 1시간이었다. 50개 정류장을 통과하는데 보통 1시간20분이 걸리던 게, 늦은 밤이 되자 그 시간이 20분이나 줄어들었다. 

버스기사의 운전은 그만큼 빨랐다. 그리고 위험했다. 속도제한기준을 넘어선 탓인지 알림이 수차례 울렸고, 과속방지턱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차체가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올라타자마자 액셀을 밟은 탓인지 승객이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이기도 했다.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정류장도 꽤 많았다.  

이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한 시민은 “경기도 버스를 탈 때마다 난폭운전 때문에 아찔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수차례 목격했다”고 토로했다. 60번 버스는 김포와 서울을 잇는 일반ㆍ광역버스를 통틀어 운행횟수가 가장 많다. 서울 서부권에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승객을 쓸어 담고 있지만, 위험천만한 과속운전이 연출되고 있다.

이 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평균 423만명의 발이 되는 경기도버스를 둘러싼 안전 이슈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김포시에선 시내버스끼리 충돌해 9명의 승객이 다쳤고, 1월 마지막 날엔 인천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버스 2대와 승용차 1대가 추돌해 12명이 다쳤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경기도 버스의 사고 실적은 유별나다. 교통안전공단이 집계한 전국 시내버스 교통사고 증가율(2008 ~2014년)은 연평균 2.8%를 기록했는데, 경기도 시내버스 사고 증가율은 연평균 9.6%였다. 서울 시내버스(1.1%)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집값 등등의 이유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수없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 임계점’을 넘어선 듯하다. 

경기도 버스만 사고 증가율이 유난히 높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노동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열악해서다. 서울ㆍ인천시 버스는 1일 2교대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 버스는 격일제 또는 복격일제 근무가 만연해 있다. 경기도 버스 기사가 하루 평균 16.4시간을 근무하는 사이 서울시와 인천시는 각각 9시간씩 일한다. 월평균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경기도(270.6시간)와 서울ㆍ인천시(198시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차량대수 대비 운전자도 서울(2.21명)보다 훨씬 적은 1.64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경기도 버스기사의 월평균 급여는 293만원으로 서울시(385만원)보다 100만원가량 적다. 지난해까지 경기도 버스 회사에서 일하다 올해 인천시 시내버스 회사로 이직한 한 버스기사는 “경기도 버스는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왕복 100㎞를 운행하는 노선이 많은 데다 처우가 열악하다”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해야 밥을 먹고, 배차 간격을 맞출 수 있다 보니 사고가 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의 사고도 적지 않다. 총 7146건의 버스운전자 교통사고가 발생해 연평균 2382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3년간 사망자 112명, 중상자 2815명, 경상자 7278명 등에 달했다.

오는 7월부턴 상황이 바뀐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으로 경기도버스도 1일 2교대로 근무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버스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운전기사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다. 

세금으로 운송 수입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서울ㆍ인천과는 사정이 다르다. 반복되는 경기도 버스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빈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경기도 버스 사고를 분석한 결과, 속도위반, 승객 안전조치 위반, 신호위반 등에서 인명피해가 높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준공영제 전환과 같은 경영 시스템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차선이탈경고장치 등의 안전장치 설비라도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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