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❷] 지하철 소화기, 관리도 점검도 ‘눈가리고 아웅’
[안전점검❷] 지하철 소화기, 관리도 점검도 ‘눈가리고 아웅’
  • 김정덕 기자
  • 호수 333
  • 승인 2019.04.0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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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소화기 안전한가

2014년 5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지하철 4호선엔 생산된 지 15년이 넘은 ‘시한폭탄 같은 소화기’가 실려 있었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유사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소화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규정도, 관리도 엉망이었다. 5년이 흐른 지금, 지하철 내 소화기는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지하철 소화기의 안전성을 점검해봤다. 

지하철 2호선의 경우 ‘소화기 점검표’가 아니라 ‘공기호흡기 점검표’가 달린 소화기도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하철 2호선의 경우 ‘소화기 점검표’가 아니라 ‘공기호흡기 점검표’가 달린 소화기도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 지하철 전동차엔 더 이상 1999년에 생산이 중단된 ‘가압식 소화기(내부에 별도의 가스통이 들어 있고, 계기판이 없는 구형 소화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2013년 가압식 소화기로 불을 끄려던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가압식 소화기의 위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코레일 측은 전동차 내 구형 소화기를 신형(축압식)으로 모두 교체했다. 법도 개선됐다. 정부는 2017년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방용품의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제한했다.

그럼 지하철 전동차 내 소화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1~7호선 전동차를 직접 다니며 소화기를 살펴본 결과, 소화기 관리시스템에는 여전히 허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소화기 점검 주기 문제다. 

코레일 1호선 내 소화기 점검표엔 대부분 ‘점검일자’가 월별로 기입돼 있었다. 반면 코레일 3호선은 올해 3월이 첫 점검일로 기록돼 있는 것이 숱했다. 1월 이후 아예 점검을 하지 않은 소화기도 있었다. 코레일 내규엔 전동차 내 소화기를 매월 점검하도록 돼 있다. 내규가 지켜지지 않은 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운영은 코레일이 하지만 점검은 다른 곳에서 하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은 1호선과 4호선의 전동차와 소화기만 직접 점검하고, 3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점검한다”면서 “코레일은 2014년 소화기 문제를 지적받은 이후 나름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레일 1호선과 4호선의 소화기 점검표는 꽤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전동차 내 소화기는 어떨까.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노선(2~8호선ㆍ9호선 일부)은 대부분 3~4개월에 한번씩 점검했는데, 일정은 역시 불규칙했다. 특히 2호선에는 ‘소화기 점검표’ 대신 ‘공기호흡기 점검표’가 붙어 있기도 했다. 서울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2호선의 소화기 관리가 가장 허술했던 셈이다.

점검일자가 불규칙했던 이유는 뜻밖이었다. 소화기 점검을 전동차 점검주기에 꿰맞췄기 때문이었다. 가령, 전동차를 점검할 때 소화기도 함께 확인했다. 소화기의 점검주기가 규칙적이지 않았던 이유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은 또 있었다. 소화기는 내용연수와 무관하게 점검횟수가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서울교통공사가 ‘모든 소화기’를 전동차 점검주기에 맞춰서 점검한 것도 아니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비치된 소화기의 점검 현황은 매월 꼼꼼하게 작성돼 있었고, 점검 항목도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했다. 코레일 관할 지하철역의 소화기 점검 현황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유는 이번에도 뜻밖이었다.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설치된 소화기는 관할 소방서에서 감독하기 때문이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사유재산인 전동차에 실려 있는 소화기 점검표는 들쭉날쭉하고, 지하철역사의 소화기 점검표는 완벽에 가까웠던 이유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동차 내 소화기 점검표는 전동차의 정밀점검 기간(2~4개월)에 맞춰 기입하고 있지만, 실제 외관점검은 3~7일에 한번씩 해서 전산시스템에 기록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해명이지만 모순이 있다. 전산시스템 기록과 실제 점검표 기록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어서다. ‘눈가리고 아웅’식 점검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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