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 KT가 재 뿌리려나
가뜩이나 어려운데 KT가 재 뿌리려나
  • 강서구 기자
  • 호수 333
  • 승인 2019.04.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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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우울한 출범 2주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두돌을 맞았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가입자 수와 여수신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 문제도 여전하다. 최근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고, 황창규 회장이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KT가 재를 뿌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케이뱅크의 우울한 출범 2주년을 취재했다. 

4월 3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사진=뉴시스]
4월 3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사진=뉴시스]

“1992년 이후 24년 만에 태어난 옥동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3일 ‘핀테크의 꽃’으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명성에 걸맞게 케이뱅크는 2년 사이 큰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4월 26만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올 3월 기준 98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여수신금액도 2017년 3분기 1조5161억원(여신 6563억원·수신 8598억원)에서 올 3월 말 4조800억원(여신 1조4900억원·수신 2조5900억원)으로 2.7배가 됐다. 눈부신 외형성장을 이룬 셈이다.

올해 들어선 주요 주주와 연계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연초에는 KT멤버십 고객을 위한 ‘케이뱅크×KT멤버십 더블혜택체크카드’를 출시했다. 1월 21일에는 KG이니시스·다날이 참여한 ‘케이뱅크 페이’를 선보였고, 지난 1일에는 NH투자증권과 ‘동시 계좌개설’이라는 연계 서비스도 내놨다. 주요 주주사와 시너지 효과를 노린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2주년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이 0.76%를 기록하며 국내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연체율인 0.43%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의 연체율이 0.007% 불과하다고 치켜세우던 2017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케이뱅크가 대출 확대에만 열을 올리느라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이 높은 건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대손상각·매각 등 부실대출을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 6.0~10.0%의 중금리 대출이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도 연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단순히 연체율이 높다는 이유로 은행이 부실하다고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중금리 대출 비중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율에 민감한 금융당국도 우려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오히려 국내은행 평균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출범 2주년 맞은 케이뱅크

하지만 연체율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뱅크의 총여신액이 지난해 1분기 1조289억원에서 4분기 1조2641억원으로 22.8% 증가할 때 연체율은 0.17%에서 0.76%로 4배 이상 치솟았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걸 고려해도 연체율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은행으로서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수치”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설립 초기부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등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케이뱅크가 발빠르게 움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된 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59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10.0%에 불과한 KT의 지분을 34.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터졌다.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 때문에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플랜에 제동이 걸렸다. KT가 2016년 지하철광고 입찰 과정에서 공정거래법(담합)을 위반해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인 KT가 케이뱅크의 지분 34.0%를 갖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물론 금융당국이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전망이 힘을 싣고 있다. 최 위원장은 3월 27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미성을 판단할 만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면서도 “유사사례 등을 따져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경미하다고 판단해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번엔 ‘황창규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황창규 KT회장이 채용비리 등의 문제로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서다. 황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전환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빨간불 켜진 ‘유상증자’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의 전제는 KT의 대주주 전환”이라면서 “다른 차선책은 마련해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도입 취지 등을 생각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라며 “안정적인 은행 운영을 위해서는 증자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증자가 무산되면 케이뱅크의 사업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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