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❸] 지하철 승강장 안전보호벽, 안전하다면서 왜 교체하나
[안전점검❸] 지하철 승강장 안전보호벽, 안전하다면서 왜 교체하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333
  • 승인 2019.04.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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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안전한가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은 승객 안전을 위해 설치한 거다. 하지만 유사 시 전동차 승객의 탈출을 돕는 비상문이 있어야 할 자리가 광고판에 막힌 곳이 숱하다. 서울교통공사가 광고판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그사이 전동차 사고로 인명피해라도 나는 날엔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취재했다.

승강장 안전문 광고판에 가려 사용하지 못하는 수동비상문이 숱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승강장 안전문 광고판에 가려 사용하지 못하는 수동비상문이 숱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하철 승강장에는 전동차와 승객 사이에 자동개폐문이 벽처럼 설치돼 있다. 흔히 ‘플랫폼 스크린도어(PSD)’라 불리지만 정식 명칭은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시설의 용도는 바로 ‘안전’이다. 승강장 안전문 옆에 미닫이 형식의 ‘비상문(수동으로 여는)’을 별도로 만들어 놓은 이유도 같다. 유사시 전동차 내 승객들이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철로 작업자의 비상 탈출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이 급박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상문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지점이 대형 광고판으로 도배돼 있어 열 수 없는 곳들이 숱해서다. 심지어 광고판을 아예 굵은 나사로 박아 고정시킨 곳도 있다. 

승강장 안전문에 광고를 붙인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울시 예산을 투입했든, 민자사업으로 유치했든 안전문 설치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문에 광고판을 붙인 것 그 자체를 탓하긴 힘들다는 거다.[※참고 : 2015년 도시철도법 개정 후 안전문 설치시 정부 보조금 투입.]

그럼에도 비상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애초부터 열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거기에 광고판을 과하게 붙일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지적은 따져봐야 한다. 비상문을 설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광고판을 붙이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교통공사가 광고판이 붙은 부분을 ‘비상문이 있어야 할 자리’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울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광고판이 붙은 부분을 고정문으로 표기한 서류도 있지만 정식 명칭은 ‘안전보호벽’”이라면서 “비상문과 안전보호벽은 다르다”고 말했다. 원래 열리지 않는 곳에 광고를 설치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참고로 안전보호벽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임의로 붙인 명칭이다. 업계에선 고정문·고정창 등으로 부른다.

어쨌거나 ‘광고판이 붙어 있는 안전보호벽은 비상문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는 서울교통공사 측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서울교통공사가 말하는 그 ‘안전보호벽’이 유사 시 승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대부분 서울교통공사 관할)는 국토교통부의 지시를 받은 2016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광고판을 제거하고 ‘안전보호벽’을 비상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름만 ‘안전보호벽’이지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교체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민자사업으로 설치했던 24곳을 제외하면 올해 약 170개역의 안전문을 교체했다”면서 “민자사업으로 계약된 24개역의 승강장 안전문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절반은 2024년, 나머지 절반은 2028년)까지는 교체가 어렵지만, 비상문으로 교체해 열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고판이 붙어 있는 자칭 안전보호벽을 ‘열 수 있는 비상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의 개선율은 65%(올해 3월 기준ㆍ서울교통공사)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35%는 벽처럼 막혀 있다는 얘기다. 그사이 지하철 승강장이나 철로에서 긴급 대피해야 할 일이라도 생긴다면 속수무책이다. 돈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그러지 못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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