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너머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

❶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50×30㎝,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❷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90×135㎝,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❶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50×30㎝,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❷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90×135㎝,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예술 사진이란, 사진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사위寫僞에 접근하려는 정신의 의도意圖다. 그는 그런 시도에 있어서 한국의 기수 중 하나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사진작가 임영균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1세대 포토그래퍼로 손꼽히는 임영균은 백남준의 말대로 현상現象 너머의 본질本質에 주목하며 시대를 읽어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길이구 갤러리는 5월 9일부터 25일까지 임영균 개인전 ‘백남준, 지금 여기 NAM JUNE PAIK, NOW HERE’을 개최한다. 전시 주제는 임영균의 작가적 눈으로 바라본 아티스트 백남준의 연대기다. 

1982년 뉴욕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백남준이 만들어내는 역사적인 순간들을 임영균이 담아내며 예술가로서 동행했다. 임영균은 백남준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작업실 한쪽에는 거리에서 주운 고장 난 텔레비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비디오 아트에 빠져 열중하던 백남준의 에너지에 사로잡힌 임영균은 이날 모니터를 뒤집어쓴 그를 촬영했다. 두 사람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다. 이 사진은 1984년 뉴욕타임스 신년 특집호 섹션 표지를 장식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❸Nam June Park in his studio, New york, 50×60㎝, gelatin silver print, 1983년 ❹The Whitney Museum of America Art, New york,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❸Nam June Park in his studio, New york, 50×60㎝, gelatin silver print, 1983년 ❹The Whitney Museum of America Art, New york, gelatin silver print, 1982년

매스미디어와 신기술이 시각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예견한 백남준의 실험적ㆍ혁신적인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예술과 문화에 지대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임영균이 가까이에서 접한 인간 백남준을 사진으로 조명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백남준이 직접 드로잉한 편지와 포스트, 작품 설계도와 백남준의 원고도 선보일 예정이다.

임영균은 피사체의 외향을 감각적으로 담아내기보다 그것의 허상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제한된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그 안의 영속성을 끌어내려 했다. 임영균의 작품에는 즉흥적 감흥보다는 정돈된 단아함과 명상이 함축돼 있다. 그는 각 대상을 묵묵히 관찰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포착해 내는데, 이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무한히 펼쳐진 시간 속 찰나의 진실과 마주하며 외형 너머의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다.

임영균의 예술적 통찰력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백남준의 창작 세계를 확인하고, 사진 예술과 그 안에 담긴 예술가 정신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