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 뚜레쥬르 중국시장 성적표

골목 어귀마다 둥지를 틀고 있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빅2로 꼽힌다. 하지만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시장에선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두 업체는 각각 2004년, 2005년 중국시장에 깃발을 꽂았지만, 10년 넘게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중국에서 빵 터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베이커리 빅2의 중국시장 성적표를 살펴봤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 2004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SPC그룹 제공]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 2004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SPC그룹 제공]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빅2로 꼽히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00년대 초반 중국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2004년 파리바게뜨가 중국 상하이上海에 깃발을 꽂자 이듬해 뚜레쥬르가 베이징北京에 1호점을 오픈했다. 이름에서부터 유럽 느낌이 폴폴 나는 두 업체는 중국 프리미엄 베이커리 시장을 공략했다. 파리바게뜨는 상하이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구베이古北 지역에 1호점을 열었다. 뚜레쥬르는 당시 중국에선 드문 ‘카페형 베이커리’ 콘셉트를 내세웠다.

하지만 중국의 벽은 높았다. 중국에 깃발을 꽂은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두 업체는 아직도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CJ푸드빌의 중국 법인의 합산 매출액은 2014년 538억원에서 2017년 115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적자도 63억원에서 209억원으로 불어났다.

현재 중국 내 뚜레쥬르 매장수는 170여개로, 2016년 100호점을 오픈하면서 내세웠던 ‘2020년 매장수 1000개’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CJ푸드빌은 중국에서 발을 뺄 계획이 없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법인(SPC투자유한회사) 매출액은 2014년 965억원에서 2017년 176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누적됐다. 실적이 신통치 않지만 SPC그룹은 지난 3월 400억원을 들여 톈진공장을 준공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두 업체는 왜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베이커리 시장은 2013~2016년 평균 8.45% 성장했고, 2017년엔 354억2100만 달러(약 40조원) 규모로 커졌다. 중국인의 1인당 평균 빵 소비량 역시 홍콩(15.9㎏)ㆍ일본(23.4㎏)ㆍ미국(39.8㎏)에 크게 못 미치는 6.6㎏(중국산업정보망ㆍ2015년 기준)에 불과해 베이커리 시장이 커질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시장에 압도적인 1위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두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다. 중국 내 베이커리 상위 5개 업체(타오리미엔바오ㆍ85도씨ㆍ간소ㆍ하오리라이 등)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0%를 갓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유로모니터ㆍ2016년 기준).

그렇다고 중국 베이커리 시장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중국에 진출한 2004~200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0.1%, 11.4%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6.6%로 꺾였다. 어느 나라든 경기가 침체하면 식음료비부터 줄어든다. 중국 베이커리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무덤이 됐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프랑스의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폴(Paul), 포숑(Fauchon) 등이 중국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수년 만에 발을 뺀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리스크는 또 있는데, 1980년대 중국시장에 진출한 대만ㆍ홍콩 베이커리 브랜드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호재도 과제도 많은 중국시장에서 버티기 전략에 나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이들은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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