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무인타워크레인 안전한가 

‘도심 속 대형 흉기.’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타워크레인이 툭하면 쓰러지고, 붐(boomㆍ물건을 달아 올리는 부분)대가 부러져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타워크레인 중대재해가 없었다(2018년)는 이유로 ‘이제는 안전’하다고 자평한다.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삽질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형무인타워크레인의 안전성을 취재했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헛다리만 짚고 있다.[사진=뉴시스]
타워크레인 사고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헛다리만 짚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타워크레인 중대재해(1명 이상 사망)는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2017년 6건의 중대재해로 인해 17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당한 것과 비교하면 안전해졌다고 오해할 만하다. 정부(국토교통부)도 올해 1월 1일 ‘현장 점검과 제도 개선 등 예방대책’의 효과라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월 10일 신년사에서 이를 인용해 “예방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올해 1월 2일 강남구 청담동에선 소형타워크레인(2.5t)의 일부가 휘어 떨어져 내렸다. 주택가였기 때문에 조금만 위치가 벗어났어도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 같은달 14일에는 광주광역시에서 타워크레인에 실려 있던 파이프 더미가 쏟아지는 사고로 인부 2명이 사망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서울 녹번동 서부경찰서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바람에 넘어져 공사 중이던 건물을 덮쳤다. 인명피해의 유무만 다를 뿐 타워크레인은 여전히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타워크레인 품질만 개선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사실은 타워크레인 운영상의 모순들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설현장의 현실을 잘 들여다보면 이 지적은 틀리지 않다. 첫째, 건설업체들은 대형타워크레인(유인)보다 소형무인타워크레인(3t 미만)을 선호한다. 값이 싸서다. 둘째, 소형무인타워크레인은 20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조종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인터넷에도 3일이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중장비학원이 넘쳐난다. 대형타워크레인은 국가자격증이 필요하다.

셋째, 일반적으로 원청 건설사는 기사가 딸린 타워크레인을 장비회사로부터 빌려 쓴다. 하지만 최근 소형무인크레인 사용이 늘면서 장비만 빌려주는 회사, 조종기사만 파견하는 회사가 따로 존재한다. 한 장비를 이 사람도 쓰고, 저 사람도 쓴다. 장비 관리가 잘 될 리 없다. 참고로 2016년 정부는 소형무인타워크레인 등록절차까지 간소화해줬다.

넷째, 3t 미만이라는 기준은 붐대(물건을 달아 올리는 부분) 끝에서 물건을 들었을 때 기준이다. 당연히 중심축이 받는 무게는 이보다 훨씬 무겁다. 붐대 길이에 따라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현행법엔 붐대 길이 기준이 없다. 3t 미만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거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지 않은 채 정부가 안전 관리ㆍ감독에 나선다 한들 안전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허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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