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中

50대 직장인은 지출의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 주택 대출 상환이 끝나가고 자녀 양육비도 거의 들지 않는 시기라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부터는 소홀했던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자녀의 지출과 자신의 지출을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50대 싱글맘의 지출 다이어트를 도왔다. ‘실전재테크 Lab’ 25편 두번째 이야기다.

50대 직장인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 직장인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년간 싱글맘으로 혼자서 자녀를 키워온 나채원(58·가명)씨. 직장과 육아에만 몰두한 끝에 나씨는 딸 박가희(28·가명)씨를 구김살 없이 키워냈다. 직장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20년째 한 회사를 다니는 나씨는 2년 전 부장으로 승진했고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유일한 변수는 자녀 결혼자금이다. 나씨는 딸의 결혼자금을 따로 마련해 두지 않았다. 생각해 둔 방책은 있다.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2억5000만원)를 정리해 3000만원을 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씨의 재무목표 1순위인 ‘내집 마련’은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나씨의 월 소득은 420만원. 혼자서 생활하기에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4년 후 은퇴가 예정돼 있다. 마음이 다급해진 나씨는 효과적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딸을 데리고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50대 후반에 접어드는 직장인이 처하는 상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나씨처럼 직장생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기 은퇴 또는 임금피크제로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 시기에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저축할 필요가 있다. 내집 마련, 자녀 양육 등으로 소홀했던 노후를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무현황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도 이 무렵에 해야 할 일이다. 순자산과 대출자산이 얼마만큼인지 확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의 비중, 퇴직금 규모, 가입한 보험의 보장 범위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직장인에게 50대는 언급한 항목들을 손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보험 보장항목이나 연금 액수 등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서둘러 보완하거나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다시 나씨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나씨는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 자신과 딸 명의로 각각 만든 청약통장(각각 10만원)과 지난해부터 가입한 펀드(10만원)가 전부다. 저축 비중으로 따져도 월 소득(420만원)의 7.1%에 불과하다. 꾸준히 납입한 개인연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7년 전 소득공제 목적으로 가입한 연금저축보험(30만원)뿐이다. 퇴직금은 8년 전 딸아이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중간 정산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나씨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는 지금부터다.

문제는 또 있었다. 나씨가 여전히 가장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씨의 지출 항목을 살펴보니 보험료·자동차 세금·통신비 등 곳곳에 딸 박씨가 내야 할 지출들이 눈에 띄었다. 이래서는 직장생활을 하는 딸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박씨도 어엿한 성인이다. 자기 스스로 지출을 관리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이번 상담을 통해 각자의 지출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그럼 본격적으로 나씨의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소비성 지출 중 통신비·인터넷· TV 이용료(월 18만원)다.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 나씨는 4만원짜리 요금제를 쓴다. 더 줄여도 문제가 없을 듯해 3만원 요금제로 바꿨다.

주로 와이파이 용도로 쓰는 인터넷과 TV는 인터넷을 애용하는 딸 박씨 때문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박씨가 인터넷·TV요금(3만원)을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이용료도 18만원에서 14만원으로 4만원 줄었다.

다음은 월 90만원의 보험료다. 나씨는 딸의 보험료(24만원)를 대신 내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박씨가 직접 자신의 보험료를 납부할 예정이다. 나씨의 보험 중 상당 부분이 갱신형 보험인 점은 문제였다. 몇년 전 친구의 부탁으로 기존 보험을 정리하고 새로 보험에 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갱신형 보험의 함정

갱신형 보험은 가입 초기에는 보험료가 싸지만 3년 단위로 보험료가 인상된다. 4년 뒤 은퇴하고 나면 나씨는 연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월 보험료가 66만원에 이른다는 건 부담 요인이다. 나씨는 과감히 갱신형 보험들을 해지하고 금액이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보험으로 대체했다. 만약을 대비해 치매 보장이 되는 보험도 추가했다. 이렇게 90만원에 달했던 보험료는 50만원으로 40만원 절감됐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960만원)은 나씨의 용돈을 보태 신용대출(1000만원)을 갚는 데 활용했다. 그 결과, 15만원씩 내던 대출이자도 10만원으로 5만원 줄어들었다. 아직 나씨에게는 전세자금대출(5000만원)도 남아있다. 은퇴한 이들에게월 10만원의 원리금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나씨는 향후 인센티브나 상여금을 받으면 대출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개인 용돈(5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평소 나씨는 직장·친구·친지 등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는데, 성격상 모임이 끝날 때까지 남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식사나 술자리 비용을 내는 경우가 잦았고, 용돈의 대부분을 여기에 쓰고 있었다. 나씨는 모임 횟수를 줄이고 가급적 1차 때 자리를 뜨기로 약속했다. 용돈은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고, 각종 회비(11만원)도 5만원 절감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인 자동차 세금·보험료(18만원)도 줄여야 할 대상이다. 여기에 나씨뿐만 아니라 박씨의 자동차 세금과 보험료(총 9만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박씨가 직접 관련 비용을 내기로 했다.

이것으로 나씨의 지출 다이어트가 모두 끝났다. 2차 상담에서 나씨는 소비성 지출(84만원)·비정기 지출(9만원) 등 93만원을 줄였다. 여기에 지난 상담에서 절감한 지출(생활비 20만원·헬스 이용료 7만원)까지 더해 총 120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나씨에게 남은 과제는 120만원의 잉여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어떻게 해야 나씨가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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