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에 강한 ‘구멍가게’ 편의점

요즘 편의점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살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매장에서 한 끼 식사를 때우는 것은 물론 후식으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신다. TV를 보고 컴퓨터를 하고, 택배도 보낸다. 바꿔 말하면 ‘66㎡(약 20평)짜리 백화점’이다.

#20대 중반의 직장인 권미진씨. 그의 일과는 편의점에서 시작해 편의점에서 끝난다. 권씨는 아침으로 삼각김밥을 구매해 먹는다. 보통 1+1 행사를 하는 삼각김밥은 저렴하게 한끼를 때우기 그만이다. 아침부터 2개는 부담스러워 나머지 1개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한다. 편의점 직원에게 휴대전화 번호만 알려주면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된다.

▲ 점심시간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는 직장인들.
햇반ㆍ맥주ㆍ과자ㆍ음료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최근 잇따라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빈과 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도 300원씩 커피값을 올렸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려면 4000원 이상 줘야 한다. 이런 이유로 권씨는 대형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대신 편의점의 원두커피를 마신다. 편의점 아메리카노는 1000원밖에 하지 않아서다. 원료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산과 멕시코산 원두를 블랜딩한 원두를 사용해 내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원만 추가하면 된다.

편의점 직원과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시는데 손님 하나가 들어온다. 손에는 큰 박스가 들려 있다. 택배를 보내려는 사람이다. 그는 카운터 한쪽에 비치된 택배 기계 저울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터치화면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다.

주소ㆍ연락처 등을 모두 입력하면 기계에서 영수증이 출력된다. 이 영수증으로 계산을 하고 택배 물건을 한쪽에 두면 끝이다. 참 편한 세상이다.

 
점심시간. 권씨는 어김없이 편의점으로 향한다. 연예인 이름을 내건 제육볶음 도시락 하나가 눈에 띈다. 3000원짜리 도시락은 생각보다 맛이 좋다. 행사기간이라 생수 한 병에 컵라면까지 덤으로 받았다. 그는 편의점 벽면에 걸린 TV 뉴스를 보며 밥을 먹는다. 편의점 도시락은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켜 안심이다.

편의점 한켠에는 카탈로그가 비치돼 있다. 추석, 설날 시즌에 맞춰 카탈로그가 나온다. 생선ㆍ한우ㆍ과일 등 선물세트 광고가 있다. 카탈로그 넘기니 텐트에 캠핑카까지 팔고 있다. 그는 통신사 할인이 적용된다는 말에 추석선물로 참치세트를 하나 주문했다.

편의점 업계가 변신에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카탈로그 쇼핑에 TV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편의점 평균 평수는 75.9㎡(약 23평)다. 66㎡(약 20평) 조금 넘는 공간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고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한민국 편의점 점포수 1위 CU는 이미 7000개 매장을 넘기고 8000개 매장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 두 업체 역시 60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빅3 마트의 점포수만 합쳐도 2만개가 넘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때 이들 매출은 나홀로 상승했다. 편의점 업계 올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비 20%를 기록했다.

가격 할인과 다양한 상품으로 ‘승부’
편의점 업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상품과 연중무휴 이뤄지는 가격할인이다. 편의점 75.9㎡ 점포를 기준으로 2000~2500개 상품을 취급한다. 이 중 식품군이 약 90%를 차지하는데 편의점 업계는 대형마트 못지않은 가격할인과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요일별 할인에 특정달 할인 이벤트, 2+1, 1+1 등의 덤 증정까지 할인 방법도 다양하다.

가령 2000원 짜리 샌드위치만 사도 값이 1000원 가량인 콜라나 우유가 덤으로 따라 붙는다. 커피나 유제품이 새로 출시되면 2+1 증정행사는 당연한 듯 펼쳐진다.

다양한 메뉴도 경쟁력이다.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의 스파게티ㆍ치킨샐러드는 물론 일식 도시락과 연예인 이름을 사용한 백반 도시락도 무수히 많다. 웬만한 식당보다 메뉴가 많다.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죽집에 가지 않아도 이들이 만든 소포장 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바나나, 방울토마토 같은 소포장 과일도 손쉽게 사먹을 수 있다.

과거에는 삼각김밥에 컵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는 ‘알뜰족’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한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 신메뉴를 맛보고 싶어하는 호기심족까지 편의점을 찾는다. 이들 덕분에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상반기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4% 늘었고, 즉석면류와 즉석국은 각각 64.5%•50.3%씩 증가했다. CU 역시 도시락 매출이 24.6%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에 할인카드, 앱까지 동원하면 더 저렴해진다. GS25에서는 ‘나만의 냉장고’라는 앱을 통해 덤으로 받는 상품을 스마트폰에 보관하고 원할 때 가져갈 수 있다. 이 앱을 다운로드한 이들은 35만명을 넘어섰다.
CU는 전용 멤버십 카드를 9월 1일 런칭하고 실적에 따라 1~3%의 차등 적립률을 적용한다. 생일을 맞은 고객에겐 500포인트를 추가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 편의점 서비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에 내리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곳도 생겼다. 사진은 흑석동 SK주유소 CU 지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
편의점 업계가 선보이는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달서비스까지 등장했다.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본사가 위치한 삼성ㆍ논현ㆍ역삼ㆍ대치ㆍ청담 지역 등 62곳의 CU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한다. 아직은 시범운영 중이지만 반응이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남 지역의 한 직장인은 “일이 바쁠 때는 직원 몇몇이 모여 편의점 제품을 주문해 점심을 먹는다”며 “도시락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함께 주문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CU는 맥도날드의 ‘맥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SK주유소의 CU 지점에서는 주유기에서도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CU가 최근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가 그것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차 안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삼각김밥, 햄버거 같은 먹거리가 주로 팔린다”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 편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별별 서비스 다 있는 곳
편의점 전용 카탈로그도 눈에 띈다. 추석•설날 같은 명절 시즌에는 굴비ㆍ과일ㆍ한우 등의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최근 카탈로그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캠핑카가 등장하고 화장품ㆍ여행가방ㆍ청소기 같은 가전제품까지 등장했다. CU가 올 추석 시즌 선보인 카탈로그에는 보온밥솥•침구청소기 등의 가전제품과 여행가방에 아이패드까지 있다.

 
요즘엔 편의점 TV까지 등장했는데, 올림픽 기간 중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GS25는 전국 2200여개 매장에 설치된 GS TV를 통해 2012 런던 올림픽을 방영해 매출증대 효과를 봤다. 올림픽이 열렸던 7월 26일부터 8월 8일까지 GS25의 맥주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6.2% 늘었다. 도시락과 음료수는 각각 47.3%, 40% 증가했다.

한 소비자는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두 개 사면 30% 할인해주는 캔맥주와 안주를 구매해 올림픽을 시청했다”며 “요즘 편의점은 ‘별의별’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이 최초로 등장했던 1989년. 편의점은 그저 ‘간단한 물건’을 24시간 동안 살 수 있는 신기한 ‘구멍가게’였다.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편의점의 가치는 ‘작은 백화점’ 그 이상이다.

김미선 기자 story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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