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下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금 준비 시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를 앞둔 이들이라면 더더욱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다소 어렵더라도 목돈을 마련해 두면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목돈으로 연금 만드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실전재테크 Lab’ 25편 마지막 이야기다.

즉시연금상품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연금을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즉시연금상품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연금을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딸을 키워낸 나채원(58·가명)씨. 특유의 성실함으로 20년을 한 회사에서 머무른 결과, 어느덧 부장까지 승진하는 데 성공했다. 딸 박가희(28·가명)씨도 이제 나씨와 혼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육아와 일로 바쁘게 세월을 보낸 나씨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1차 상담에서 내 집 마련, 딸 결혼자금 마련(30 00만원), 노후연금 월 150만원 수령 등의 재무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나씨가 모아둔 재산은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2억5000만원)가 전부다. 딸을 구김살 없이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양육비에 돈을 아끼지 않은 결과였다.

나씨가 은퇴 이후 별다른 수입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7년 전 소득공제 목적으로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월 30만원)만으로는 노후 생활하기 어렵다. 퇴직금은 딸의 교육비를 내기 위해 8년 전에 중간정산을 받았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은 4년. 나씨는 그 사이에 노후 준비는 물론 딸의 결혼자금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녀는 지난 상담에서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나씨는 개인 용돈을 줄이고 헬스 이용료(10만원→3만원)·각종 회비(11만원→6만원)를 아끼는 등 자잘하게 새는 지출을 막기 위해 애를 썼다. 나씨의 지출과 박씨의 지출을 분리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모녀는 앞으로 통신비·자동차 세금·보험료 등을 각자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나씨는 지출 다이어트로 총 12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이 잉여자금으로 나씨를 위한 재무솔루션을 시작해 보자. 나씨는 1순위 목표로 ‘내 집 마련’을 골랐지만 지금 나씨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개인연금이다. 퇴직 이후의 노후를 더욱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최소 10년 이상 납입한 연금상품이 있어야 하는데,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납입은 불가능하다. 5년 이하로 납입횟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납입액수가 급증해 다른 재무 이벤트를 준비하기 힘들어진다.


나씨처럼 개인연금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즉시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 매일 일정액을 불입하는 일반연금과 달리 즉시연금상품은 목돈을 한꺼번에 거치해야 한다. 목돈이 필요하다는 부담이 있지만 대신 다음달부터 바로 연금(원금 일부 포함)을 받을 수 있다. 1개월·3개월·6개월·1년 단위로 수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몇가지 혜택도 있다. 연금 납입액을 1억원까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계약형태에 따라서는 상속세나 증여세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연금수령 방식을 상속형으로 선택, 피보험대상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인에게 원금이 지급되도록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필자는 나씨에게 목돈을 모은 뒤 즉시연금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해 월 60만원짜리 발행어음에 가입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투자상품으로 일종의 채권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 원리는 투자자가 금융사에 대출을 해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것이다.

확정금리로 안전성 대비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어 노후 저축상품으로 나쁘지 않다. 현재 거치식 발행어음은 연 2.5%, 적립식은 3%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나씨는 적립식 발행어음(1년 만기)에 가입해 목돈을 만든 뒤 즉시연금상품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딸의 결혼자금은 적금(60만원)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대신 신협·축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은행의 상품을 이용하기로 했다.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고 세금 우대·비과세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는 것도 가능해 안정적인 상품을 원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나씨는 3년 납입으로 기존 2%대 금리에 우대금리(1.0%)를 추가 적용받았다. 출자금 10만원을 내고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준조합원의 자격도 얻었다.

기존의 펀드(월 10만원)는 해지했다. 지인이 추천으로 가입한 중국펀드인데, 이미 원금의 20%가량 손해를 본 상태였다. 대신 나씨는 채권형펀드에 월 10만원씩 불입하기로 결정했다. 채권형펀드는 전체의 60% 이상을 채권이나 채권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여러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특성상 수익률은 낮지만 그만큼 안정성이 높아 노년에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하려는 이들이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나씨는 채권형 펀드로 약간의 종잣돈을 만든 뒤 급전이 필요할 경우에 쓰기로 했다.

딸 명의로 돼있던 청약통장(10만원)은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으로 전환했다. 이 통장의 장점은 주택 소유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주택은 물론 임대주택·민간주택 등 모든 주택에 청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납부액은 앞으로 딸이 직접 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비상금 용도로 CMA통장(월 10만원)도 개설했다.

이것으로 나씨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출 다이어트(120만원)와 기존 통장 해약(10만원)으로 확보한 130만원은 개인연금 준비(월 60만원)·딸 결혼자금 마련(60만원)·비상금 통장(10만원)을 만드는 데 모두 사용됐다. 박씨는 나씨가 상담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간접적으로나마 ‘경제개념’을 갖출 수 있었다. 상담을 통해 모녀가 지출구조를 완전히 분리한 것도 나씨에게 큰 성과였다. 이제 모든 수입을 오롯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다. 십수년간 모녀가 지금처럼 지출을 크게 줄여본 적이 없어서다. 자칫하면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모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필자가 두사람에게 가계부 쓰기, 신용카드 자르기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의지가 지속하려면 그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하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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