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기반 부실한 퍼스널 모빌리티

전동 휠ㆍ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는 하나의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해외에선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한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과 시장을 키우고 지킬 만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자동차엔 자동차법이 적용되는 만큼 퍼스널 모빌리티에도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큰 법’이 필요하다.
 

현재 마련돼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마련돼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동차는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자동차 개념을 흔들어 놓은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엔 이륜차와 초소형차를 비롯한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휴대용 이동수단인 전동 휠ㆍ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규정이 담을 수 없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탓에 법적 대응이 늦거나 산업 활성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관리법만 해도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틀에 새로운 개념을 넣고 있는 식이다. 기존 규정과 새로운 개념 사이에 혼동이 생기거나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퍼스널 모빌리티는 제도적 기반이 가장 부실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출퇴근과 레저를 위한 공유 모빌리티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을 정도지만 우리나라에선 시범모델조차 막다른 길에 막혀있다. 현재 퍼스널 모빌리티와 관련한 국내 규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운전면허증이나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소지해야 하고, 차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장착해야 한다.”

 

이 규정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전동 킥보드 등을 차도에서 타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다. 면허를 따는 것도 청소년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다수의 퍼스널 모빌리티 운전자들은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보도 위에서 달리고 있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데, 이는 규정 자체가 애매모호한 데다 현실성까지 없기 때문이다.[※참고 : 3월 18일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25㎞ 이하의 속도에선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운전면허 규제를 완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규정에 한계가 분명한 이유는 또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종류ㆍ형태ㆍ크기ㆍ속도 등이 다양해지면서 단일한 규정으로는 포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 퍼스널 모빌리티의 현실성 없는 규정을 수정ㆍ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다양한 모빌리티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선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건 전체를 아우르는 규정이다. 자동차 관리법이 자동차에 한정된 법인 것처럼 기존 자동차 외 모빌리티는 새로운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른바 ‘퍼스널 모빌리티를 총괄적으로 아우르는 관리법’을 만들자는 거다. 

최고속도와 통행 가능한 도로, 운행방법 등을 정하고 도로교통법과 연동해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산업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능동적이면서도 전향적인 네거티브 정책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총괄 규정을 만드는 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활로를 열 수 있도록 ‘큰 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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