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전략에 숨은 비즈니스

식품업계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한정판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식품업계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한정판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식품업체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이 이슈가 됐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 한정판인데, 독특한 제품명과 패키지, 기존 제품 대비 5배가량 매운 맛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한정판 출시에 힘을 쏟고 있는 곳은 팔도뿐만이 아니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숱한 식품업체들이 ‘한정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정판이 한정판이 아니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Ths SCOOP)가 스페셜 에디션에 숨은 고질적 문제를 취재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100보다 크면 긍적적, 작으면 부정적)는 99.8에 머물렀다. 1월 97.5, 2월 99.5에 이어 소폭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108.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렇게 소비심리가 위축됐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은 식품업계다. 소비자가 먹거리 소비를 줄일 확률이 높아서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한정판(Limited Edition)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한정된 시간 내에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겠다는 거다. 한정판은 소비자를 굶주리고 애타게 한다는 의미에서 ‘헝거(Hunger)’ 마케팅으로도 불린다. 이들 업체는 한정판 제품으로 소비자를 잡을 수 있을까.


한정판 전략의 최근 성공 사례는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이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한정 판매한 것으로 지난 3월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500만개가 완판됐다. 젊은층을 겨냥해 팔도비빔면을 보이는 대로 쓴 ‘괄도네넴띤’을 제품명으로 사용한 게 특징이다. 패키지도 최근 트렌드에 맞춰 레트로풍으로 제작했다. 기존 비빔면보다 매운 맛을 5배가량 강화했다.

주목할 점은 괄도네넴띤이 인기를 끌자 원조제품의 매출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팔도 관계자는 “괄도네넴띤이 화제가 되면서 원조제품인 팔도비빔면의 판매량도 늘었다”면서 “3월 이후 월별 판매량이 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한정판 제품들

오리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봄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초코파이ㆍ후레쉬베리ㆍ생크림파이 등 대표 파이제품 3종에 계절과일인 딸기를 사용한 제품이다. ‘情 피스타치오&베리’와 ‘생크림파이 베리베리’의 경우 3월 출시 이후 한달 만에 합산 680만개가 판매됐다. 오리온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올봄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최근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적용한 초콜릿 한정판 ‘길리안 셰프 컬렉션’을 내놨다. 김은혜 셰프가 지난해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 본선에서 선보였던 레시피를 적용했다. 월드 초콜릿 마스터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콜릿 명장이 참가하는 대회로, 김 셰프는 한국인 최초로 5위에 올랐다.

같은 레시피로 만든 초콜릿을 벨기에 국왕에게 선물해 극찬을 받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길리안 셰프 컬렉션을 ‘오렌지 헤이즐넛 밀크’와 ‘유칼립투스 레몬 다크’ 등 2종으로 출시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있는 길리안 카페와 온라인 쇼핑몰(롯데닷컴)에서만 판매한다.

동서식품은 지난 3월 ‘맥심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를 12만개 한정 출시했다. 매년 봄에만 출시되는 제품으로, 지난해에는 출시한 지 15일 만에 9만5000여개가 판매됐다. 100% 에디오피아산 원두를 라이트 로스팅해 부드럽고 깔끔한 바디감과 산뜻한 향미가 특징이다.

한정판에 손을 뻗친 건 식품업체뿐만이 아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한정판 ‘바비큐 치킨쉑’을 출시했다. 6월까지만 판매하는 기간 한정 메뉴다. ‘바비큐 치킨쉑’ ‘바비큐 베이컨 치킨 프라이즈’ ‘체리 슈트로이젤 쉐이크’ 등이다. SPC는 지난해 출시됐던 한정판 메뉴를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한정판 쉑마이스터 버거를 업그레이드한 ‘바비큐 쉑마이스터’를 5월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 한정판에 그 한정판

이런 한정판은 ‘희소가치’를 매력으로 내세워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때론 신제품 출시 전 테스트베드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한정판이 ‘한정판’이 아니라는 인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만 되면 너나 없이 한정판을 출시하는 데다, 제품 차별화 없이 패키지만 바꿔서 출시하는 사례가 숱해서다.

가령, 해마다 벚꽃 시즌이 되면 기존 제품에 ‘벚꽃 이미지’를 덧입힌 한정판 제품이 론칭된다. 올해에도 청과브랜드 돌(Dole)코리아 출시한 피치파라다이스주스 ‘벚꽃 에디션’, 코카-콜라가 한정 출시한 ‘코카-콜라 벚꽃 디자인스페셜에디션’, 농심 ‘꿀꽈배기 봄 한정 패키지’ 등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한정판이 ‘스페셜 에디션’으로 쏟아져나왔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소비자가 한정판에 열광하는 건 희소가치와 함께 한정된 제품을 소유했다는 심리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제품 차별화 없는 한정판은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비자가 호기심에 한두번 구입할 수 있겠지만, 그 한정판이 매번 패키지만 바꾼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신뢰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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