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서비스의 보험리스크
당신 같으면 카풀 타겠습니까?

카풀(Carpool)은 목적지가 같은 사람끼리 차를 함께 타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엔 공유경제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승객은 저렴한 요금으로 운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좋고, 드라이버는 기름값 등 유지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동승자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카풀서비스의 리스크를 취재했다. 

3월 7일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카풀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카풀서비스의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은 아직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월 7일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카풀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카풀서비스의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은 아직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 7일,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카풀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합의했다. 1월 22일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 카카오 모빌리티,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7개 단체가 대타협기구를 출범한 지 45일만에 이뤄낸 결과였다.

시장 안팎에선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정체됐던 카풀서비스가 다시 활로를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렀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카카오 모빌리티도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규제 혁파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카풀서비스 업체들은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카풀 시범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풀서비스 1위 사업자 풀러스도 별도의 요금 없이 팁만으로 운영되는 무상카풀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대타협기구가 합의점을 찾은 이후 카풀서비스를 둘러싸고 장밋빛 기대감이 감돌았던 이유다. 

물론 카풀서비스업체들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출퇴근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에 한해 카풀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허용된 기존 운영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참고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에 한해선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풀서비스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해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풀서비스를 제도 안에 안착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타협기구를 주도했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을 3월 국회 안에 입법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면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대타협기구가 합의안을 마련한지 한달여가 흐르고, 합의안을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던 기한(3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카풀서비스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겉돌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보험 리스크다. 카풀드라이버가 교통사고를 냈을 시 동승자는 보상 처리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카풀서비스 업체들은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Ⅱ(기본 대인배상보다 보상처리 한도가 큰 보험)를 가입한 사람들만 드라이버로 선정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지만 손보업계의 얘기는 다르다. “자가용으로 유상운송행위를 하는 경우는 면책사항에 해당한다. 대인배상Ⅱ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동승자는 보상처리를 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손보업계 관계자).” 

유상운송행위 시 동승자도 보상을 받으려면 카풀드라이버가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영업용 차량인 택시의 경우, 영업용 자동차보험이나 택시공제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카풀드라이버가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초 자동차를 등록할 때 영업용 차량으로 등록해야만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업계 전문가는 “예외적으로 국토교통부에서 허가를 받아 영업용 차량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카풀 차량을 두고 국회에서 허가를 내주냐 마냐를 두고 논의 중인 것을 보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승객 입장에서든, 드라이버 입장에서든 작지 않은 리스크다. 승객 입장에선 일반 택시보다 30%가량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혹여 카풀드라이버의 실수로 사고가 났을 땐 보상처리가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날 경우 보험 없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드라이버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영업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더라도 ‘기름값 좀 벌겠다’고 수백만원짜리 보험을 드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카풀서비스가 활성화하기 힘든 이유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카풀서비스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 카풀 차량의 동승자도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는 특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지는 마련된 건 없다”고 말했다.

풀러스ㆍ카카오 모빌리티 등 카풀서비스 업체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사고사례는 없다. 하지만 사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손해배상주체에게 손해배상청구가 들어가는데, 카풀의 경우 차량 소유주와 카풀서비스 업체가 공동채무를 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험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면 몇대만 사고 나도 사업이 흔들릴 만한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카풀서비스 업체나 드라이버로선 카풀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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