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사태와 운명의 3일 
박삼구 사태와 운명의 3일 
  • 김다린 기자
  • 호수 345
  • 승인 2019.04.22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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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금호그룹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그룹 재건 작업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불러 일으켰다.[사진=연합뉴스]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그룹 재건 작업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불러 일으켰다.[사진=연합뉴스]

# 2010년 2월 5일

2006년 대우건설에 이어 2010년 대한통운을 집어삼켰다. 단 두차례의 인수ㆍ합병(M&A)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순위는 13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뒤끝이 깔끔하진 않았다. 10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이 문제였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금호그룹은 막대한 빚을 졌다. 회사채, 풋백옵션 등을 통해서였다. 

그로부터 2년 후, ‘재앙’이 시작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뿔뿔이 흩어졌고,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싸고 워크아웃설이 나돌았다. 바로 그때였다. 2010년 2월 5일, 금호 지배주주와 산업은행(계열주채권은행 겸 채권은행협의회 대표)은 A4용지 6장 분량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엔 그룹을 살릴 묘안이 담겨 있었다. 금호그룹 워크아웃 계획의 뼈대였기 때문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 합의서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 박삼구와 박세창은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다….”

이 합의서가 알려지기 전까지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 유력 경제지의 보도내용을 보자.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그룹 안팎에선 애초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채권단 측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무약정 어디에도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얘기다….” 

그룹의 기둥뿌리가 무너지는 상황. 박삼구 전 회장에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 기회가 비극의 단초일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2015년 10월 20일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하자, 박 전 회장이 움직였다. 그에겐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인수 후보자가 제시한 인수가에 1원만 더해도 금호산업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경쟁자들은 고개를 숙였고, 박 전 회장은 채권단과 단독 협상에 나섰다. 실랑이 끝에 금호산업 인수가격을 7228억원으로 결의했다. 

하지만 그에게 부족한 게 있었다. 자금이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자금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 걸림돌이 있었다. 공익법인은 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땐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익법인의 설립조건이 공공선公共善이기 때문에 그룹 재건(경영활동)에 활용되려면 승인과정을 밟는 게 마땅했다. 

“금호산업 인수와 공공선은 무관하다. 주무부처(문체부)가 금호문화재단의 요청을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금호는 주저하지 않았다. 2015년 10월 금호문화재단 측은 문체부에 ‘기본재산 처분허가요청건件’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공익법인인 금호문화재단의 일부 재산을 팔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만든 SPC 금호기업에 출자해야 하니, 승인해 달라.”

하지만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문체부 A과장은 이 요청을 10일 만에 전결專決(결정권자의 권한으로 결정하고 처리)했다. 예민하고 중대한 이슈를 A과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거다. 금호문화재단의 자금은 별탈 없이 금호기업에 들어갔고, 그해 12월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납부하는 데 성공했다. 그룹은 그렇게 재건되고 있었다. 

# 2016년 4월 29일 

금호산업을 삼키는 데 성공한 박 전 회장은 계속 내달렸다. 2016년 4월, 이번엔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던 금호터미널을 2700억원에 인수했다. 5일 뒤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을 역합병, 지주회사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를 만들어냈다. 2017년 6월엔 금호홀딩스로 금호고속을 샀다. 박 전 회장은 이를 통해 ‘박삼구→금호고속(금호기업+금호터미널+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짜는 데 성공했다. 

지나치게 몸집을 키웠기 때문인지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핵심은 금호터미널 헐값매각 논란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박 회장 측에) 알짜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헐값에 판 게 아니냐”는 거였다. 이 때문인지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화가 박 전 회장을 배임죄로 고소하고, 실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회계법인은 ‘사문서 위조’로 담당 회계사를 경찰에 넘기는 등 소송이 잇따랐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이유를 불문不問에 붙인 채 소訴를 취하했고, 회계법인이 제기한 소송도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문제는 박 전 회장을 둘러싸고 숱하게 많은 의혹이 쏟아졌음에도 정부도, 채권단도, 주주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박 전 회장의 지배력은 더 공고해졌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룹의 곳간은 비어갔다. 박 전 회장이 매물로 내놓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둥뿌리가 흔들린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로부터 2년여,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 과연 피를 토하고 있는 건 박 전 회장일까, 금호일까, 아니면 아시아나일까. 박 전 회장의 운명을 갈라놓은 ‘3일’을 돌이켜보면, 답은 ‘박삼구’가 아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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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서 2019-04-22 23:07:32
박삼구 말고 다른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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