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논란
바뀐 세포 종양 유발할 수 있어
2004년 유전자 검사가 마지막
식약처, 안일한 신약 품목 허가

2017년 7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판매가 허가됐다. 이 혁신적인 치료제를 세상에 내놓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치솟았고, 우리나라는 바이오강국이 될 수 있을 거란 단꿈을 꿨다. 그로부터 2년여, 인보사의 판매가 돌연 중단됐다. 미국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에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발견된 이 문제를 국내 식약처는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오롱 인보사 논란을 심층 취재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세포 변경 논란을 빚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품목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세포 변경 논란을 빚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품목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제품명Invossa-K Inj)’는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연골재생에 탁월한 유전자를 가진 세포를 무릎에 주사해 골관절염이 낫도록 돕는다.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종 판매허가를 받았다. 코오롱이 인보사 초기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한 지 18년 만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 4월 1일, 코오롱생명과학은 돌연 인보사의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던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코오롱생명과학에 한통의 전보를 보낸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전보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인보사를 구성하는 세포 중 하나가 다른 세포로 바뀌었다.”

한국 식약처로부터 의약품 판매허가를 받았더라도 해당 의약품을 미국에서 팔기 위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절차를 밟던 중에 발견한 문제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05년 미 FDA의 임상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했던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임상에 쓰인 세포가 달랐다는 얘기다. 

이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국에서 임상 중인 인보사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인보사를 구성하는 세포는 같은 세포은행(MCB)에서 나왔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인보사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논란의 핵심인 “세포가 바뀌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먼저 인보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세포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는 크게 ‘연골유래세포(1액)’와 연골재생을 돕는 유전자(TGF-β1)가 들어있는 ‘형질전환세포(2액)’로 구성된 약이다. 1액과 2액을 3대 1로 비율로 섞어 주사한다. 

이 중 논란을 일으킨 건 2액인 형질전환세포다. 형질전환세포의 복잡한 개발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연골유래세포에 연골재생을 돕는 역할을 하는 TGF-β1 유전자를 넣은 것’이다. 유전자만을 체내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중간에 한단계의 과정이 더 있다. TGF-β1 유전자는 293유래세포(태아신장유래세포ㆍGP2-293세포)에서 생산된 뒤 연골유래세포로 옮겨진다. 293유래세포를 통하면 빠르게 증식할 수 있어서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허가를 받기 위해 미국 FDA와 한국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형질전환세포는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연골유래세포였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에서 다시 정밀한 검사(유전학적 계통검사ㆍSTR)를 해보니 이는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로 밝혀졌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293유래세포에서 TGF-β1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293유래세포가 혼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포가 바뀐 것도 문제지만 논란이 확산된 건 293유래세포의 특성 때문이었다. 형질전환세포는 TGF-β1를 체내에 전달한 뒤 사라져야 하는데, 293유래세포는 증식력이 좋아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경우,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오롱 “안전성엔 문제 없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런 지적에 강하게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자. “293유래세포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잠재적인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방사선을 쫴 세포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통상 형질전환세포가 죽는 시점인 24일 이상을 훌쩍 넘은 44일을 관찰해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혹여 293유래세포라고 해도 위험요인을 제거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위험요인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주장에도 반론의 여지는 있다. 식약처가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A위원은 지금까지 293유래세포가 의약품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향후 어떤 이상 징후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인보사를 주사한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조사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거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세포가 바뀌었는데, 국내에선 어떻게 판매허가가 떨어졌느냐는 점이다. 언급했듯 인보사 논란은 해외에서 시작됐고, 국내에선 이미 ‘시판 중’이었다. 당연히 국내 식약처가 이런 위험요인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의약품의 유효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따져야 할 식약처의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어서다.

임상에서부터 판매허가가 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보사 초기물질을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은 2004년 자체적인 검사를 통해 형질전환세포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식약처는 2006년 임상허가를 내줬다. 약 10년간의 임상시험을 마친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판매허가를 받고 그해 9월 인보사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인보사의 세포를 검사한 건 2004년 한번뿐이었다. 2004년의 검사결과가 2017년 판매허가를 받을 때도 인정된 셈이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2004년 형질전환세포를 검사했을 땐 293유래세포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땐 유전자치료제가 생소해 검사방법이 미흡했던 걸 인정한다”면서 “당시 (세포의 유전학적 계통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STR 검사가 없던 건 아니지만 권장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십분 수용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오면서 유전자치료제 검사에 STR 검사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내줬던 2017년엔 STR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식약처가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코오롱티슈진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2006년 미 FDA로부터 임상승인을 받았지만 올해 STR 검사를 다시 실시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참고 : 미국 바이오업체 바이오릴라이언스를 통해 인보사의 STR 검사를 실시한 건 코오롱티슈진의 자발적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 FDA는 STR 검사를 통해 세포의 성분을 확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국내에선 임상에서부터 판매까지 같은 곳에서 세포를 생산했고, 인보사 외 의약품은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STR 검사를 통해 세포가 변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판매허가를 받을 당시 식약처에 STR 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를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판매허가를 받을 당시 STR 검사를 받지 않은 건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수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한 식약처의 잘못도 적지 않다.

지난 15일 국내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던 인보사의 STR 검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293유래세포였다. 결과가 달랐다고 해도 국내 식약처의 시스템은 점검해야 할 게 많다. 의약품의 성분이 바뀌었는지 아닌지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는 식약처의 시스템에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인보사의 검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식약처는 “앞으로 유전자치료제는 STR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인보사의 안전성 문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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