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자체 배달앱 통할까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체 배달앱을 출시하고 있다. 4월 들어서 제너시스BBQ가 배달앱 ‘BBQ치킨’을, 교촌에프앤비가 ‘교촌1991’을 내놨다. 이들 업체는 “가맹점주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경쟁력이다. 배달의민족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데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까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자체앱은 뜨거운 배달앱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프랜차이즈 자체앱의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체 배달앱을 잇따라 출시했다.[사진=연합뉴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체 배달앱을 잇따라 출시했다.[사진=연합뉴스]

알뜰 주부 김소영(35)씨는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할 때에도 가격을 꼼꼼히 따져본다. 김씨는 최근 치킨 브랜드에서 자체앱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격 비교를 위해 앱을 설치했다. 프라이드 치킨 한마리 가격은 1만8000원으로 배달비는 따로 없었다.

반면 A배달앱에선 동일한 치킨 가격 1만8000원에 배달비 2000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배달앱에서 결제할 경우, 3000원이 할인돼 자체앱 대비 1000원 더 저렴했다. B배달앱에선 치킨가격 1만8000원에 배달비는 따로 없었다. 김씨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A배달앱으로 치킨을 주문했다”면서 “치킨 브랜드 자체앱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면 굳이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진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너시스BBQ가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BQ는 지난 1일 자체 배달앱 ‘BBQ치킨’을 출시했다. BBQ 모든 지점이 입점해 있고, 결제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아직 운영 초기 단계로, 고객 반응을 학인하고 있다”면서 “배달앱 이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도 자체앱 ‘교촌1991’을 선보였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공하던 주문서비스를 앱 버전으로 출시했다”면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는 현재 3개 점포(강남논현점ㆍ대치학원가점ㆍ한티역점)에서 배달앱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측은 “지난해 말부터 3개 점포에서 자체앱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정식 버전 출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배달앱을 출시하는 이유는 배달앱 시장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15조원대(2018년ㆍ업계 추정치)에 이른다. 2019년엔 20조원대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많다. 배달앱 이용자 수도 훌쩍 늘었다. 지난해에만 국내 인구 절반 이상인 2500만명이 배달앱을 이용했다. 문제는 배달앱 이용자가 늘면서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에 ‘배달앱 판매수수료가 비싼가’라고 물어본 결과, 83.8%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배달앱 광고 서비스 비용이 비싸다’는 응답도 82.2%나 됐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앱을 출시하면서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건 이유다.

배달앱 있는데 굳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에서는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하는데, 비용을 본사ㆍ가맹점주ㆍ배달앱 업체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면서 “본사로서도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배달앱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은 고객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자체앱을 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자체앱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무엇보다 단일 브랜드로 ‘배달앱’과 경쟁하는 건 난제다. 배달앱을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 박성진(30)씨는 “기존 배달앱에선 여러 메뉴를 골라 주문할 수 있고, 할인혜택도 다양한데 일일이 업체별 앱을 다운로드해 쓰지는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경쟁업체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배달앱 시장의 1ㆍ2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90%대에 이른다. 1위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인데, 시장점유율(이하 2018년 1월 기준)은 55.7%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33.5%, 배달통은 10% 수준이다. 

배달의 민족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입점업체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 유료광고 업체 수는 11만여개, 노출 업체 수(무료 노출 포함)는 20만여개에 이른다. 2위인 요기요도 입점 업체를 늘리기 위해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점 업체수를 지난해 6만개에서 올해 10만개로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순수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입점 업체를 늘리는 한편, 반값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을 강화해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자체앱 경쟁력에 물음표 달려

이런 상황에서 ‘이커머스 강자’ 쿠팡까지 배달앱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는 점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부담 요인이다. 쿠팡은 올 상반기 중 배달앱 ‘쿠팡이츠’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15일부턴 잠실 지역에서 쿠팡이츠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단계”라면서 “수수료율이나 배달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자체앱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자체앱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는 점이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BBQ 자체앱 평가 점수가 5점 만점에 1.6점에 그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소액 결제를 했는데 주문이 안 들어갔다” “결제 확인 없이 주문이 됐다” 등 서비스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교촌치킨의 자체앱도 “앱카드 결제가 안된다” “앱 오류가 반복된다” 등의 지적이 달렸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라면, 개별앱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기존 배달앱이 잘 갖춰진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그 이상의 편의성과 효용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체앱은 외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달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 부담도 커지고 있는 만큼 수수료 합리화, 광고료 상한제 등 배달앱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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