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열풍의 허와 실

국내 증시에 공모주 열풍이 불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공모주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공모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건은 물론이고 기관투자자의 매도세, 주식시장의 방향성까지 읽어내야 한다. 공모주 열풍이 불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에겐 ‘남의 집 잔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모주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올해 1분기 상장한 공모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공모주 투자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1분기 상장한 공모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공모주 투자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 1분기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모두 12곳(스펙·이전상장 4곳 제외)이다.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 규모는 7875억원으로, 2015년(2646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IPO 시장의 전체 공모 규모 2조6000억원의 30.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투자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공모청약 경쟁률도 치열했다. 1분기 기관투자자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과 평균 공모청약 경쟁률은 각각 640.4대 1, 599.3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가장 치열했던 기업은 3월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기업 이지케어텍(종합의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이었다. 이 기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08대 1, 공모청약 경쟁률은 1272.1대 1에 달했다.


공모주의 흥행은 높은 수익률도 이끌고 있다. 올 1분기 신규 상장한 12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4월 18일 기준)은 53.9%에 이른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기업도 숱하다. 이지케어텍(124.3%), 웹케시(123.0%), 천보(113.0%) 등이 대표적이다. 12개 기업 중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바이오신소재 개발 기업 이노테라피(현재 주가·1만7350원, 공모가·1만8000원)가 유일했다. ‘상장 대박’이 현실화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공모주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분기 주요 상장기업의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를 웃도는 등 공모주 투자를 향한 관심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 이후에도 코스닥 시장을 위주로 IPO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분기 공모주 시장의 규모가 1조원대를 기록할 수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2분기 공모 청약 경쟁률이 1분기에 비해 상승한다는 걸 생각하면 공모주 열기는 2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공모주로 대박을 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를 배정받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 좋게 경쟁률을 뚫었다고 해도 배당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높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72.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이지케어텍을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서 일반투자자가 배정받은 주식은 26만주다. 청약 결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건수는 2만3064건이다. 투자자 1인당 11주가 배정된 셈이다. 이지케어텍의 현재 주가는 2만7600원으로 공모가 1만2300원 대비 124.3%나 상승했다. 하지만 11주를 배정받은 일반투자자가 올릴 수 있는 수익은 16만8300원(11주×1만5300원)에 불과하다.

물론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에 편승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공모주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웃돈을 주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상장효과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주의 상장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34.5%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 평균 주가 상승률은 10.2%로 떨어졌다. 이런 모습은 올 1분기 상장한 공모주에서도 나타났다. 12개 상장 기업의 시초가 대비 평균 수익률(4월 18일 기준)은 13.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53.9%)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도 4월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높아진 수치다. 3월말 기준 시초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5%를 간신히 넘었다.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타면 공모주의 수익률도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

기관투자자가 매도에 나설 경우 주가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는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의무보유 확약(2주·1개월·3개월·6개월)’ 제도를 이용한다. 문제는 의무보유 확약 기간이 끝나면 시세차익을 노린 기관투자자가 대량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2.83%에 불과했던 이노테라피의 기관투자자는 상장 첫날에만 59만5100주(127억4807만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대비 4000원 상승한 시초가에 전량 매도했다고 계산해도 23억804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 ‘상장대박’이라는 표현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를 위한 말이라는 소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한달”이라며 “그 사이 차익을 보고 나와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라면 충분한 물량을 배정 받는 것도 어렵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공모주 열풍만 보고 투자에 나섰다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불고 있는 공모주 열풍 속에서 돈을 벌고 있는 건 누구인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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