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파크 | 물적 분할 성공할까

이랜드파크는 지난 11일 외식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고 발표했다. 수익성이 좋은 외식부문을 호텔ㆍ레저부문과 분리해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외식도, ‘부진에 빠진’ 호텔ㆍ레저도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물적분할을 선언한 이랜드파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부 물적 분할로 무차입 경영 등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애슐리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부 물적 분할로 무차입 경영 등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애슐리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파크에서 외식사업부문을 떼어내 외식전문회사를 설립한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파크는 호텔ㆍ레저ㆍ외식사업을 맡고 있다. 이 중 외식부문은 ‘애슐리’ ‘자연별곡’ 등 유명 뷔페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캐시카우다. 새로운 외식전문회사 이름은 ‘이랜드이츠(가칭)’로, 분할 예정기일은 5월 31일이다. 

이랜드그룹은 물적 분할 후 영구채ㆍ전환우선주 등으로 1000억원대 외부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파크 측은 “그동안 외식부문이 레저부문과 묶여 있어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며 “(외부자본을 유치하면) 외식부문의 차입금 1000억원대를 전부 상환해 무차입 경영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이랜드파크의 매출은 외식부문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식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7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2.7%를 차지했다. 실적도 개선됐다. 외식부문 영업이익은 2017년 -60억원에서 지난해 8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5~ 2017년 3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이랜드파크를 흑자(영업이익 35억원)로 돌아서게 만든 일등공신이 외식부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물적 분할 이후에도 외식부문이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형 프랜차이즈의 선호도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가정간편식(HMR) 시장과 배달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독특한 골목맛집을 가는 게 외식 트렌드”라고 말했다. 애슐리나 자연별곡 같은 뷔페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거다.

실제로 애슐리와 자연별곡 매장 수는 3년간 감소ㆍ정체됐다. 애슐리는 2016년 138개에서 현재 106개로, 자연별곡은 같은 기간 49개에서 43개로 줄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부진한 매장은 정리하고 상권에 따라 재배치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2016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을 덜 주기 위해 15분 단위로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이른바 ‘임금 꺾기’로 홍역을 치렀던 애슐리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미지를 바꾸지 못했다. 
이랜드의 16개 외식 브랜드 중 애슐리ㆍ자연별곡을 빼곤 눈에 띄는 게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그렇다고 남은 호텔ㆍ레저부문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이랜드파크는 호텔 6개(켄싱턴호텔앤리조트), 리조트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ㆍ레저부문은 지난해 매출 995억원, 영업손실 45억원을 기록해 외식부문과 대조적인 성과를 보였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로 여가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4000억원대) 개발로도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호텔ㆍ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지 1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화ㆍ대명 등 경쟁업체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해서다. 2010년 이후 몸집을 키우기 위해 호텔ㆍ레저업체를 무리하게 인수ㆍ합병(M&A)한 후유증도 지켜봐야 한다. 이랜드파크, 떠나는 외식부문이나 남는 호텔ㆍ레저부문이나 골치가 아프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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