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움직일 수 있다면 치매는 심각한 병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움직일 수 있다면 치매는 심각한 병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의 지난 칼럼(더스쿠프 333호 뇌 세포 속의 지우개·치매 노인 이야기)을 읽은 독자가 본인의 사연을 메일로 보냈다. 치매에 걸린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1년 전쯤 상태가 나빠져 결국 요양원에 모셨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많은 이들이 치매를 ‘공포의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왜 이런 인식이 생겼을까. 먼저 고령사회(Aged society)부터 언급해보자.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90세를 넘긴 아버지를 봉양하는 여성은 현행법상 65세를 넘긴 노인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은 예전 같으면 자식에게 보살핌을 받을 노인이 되레 노인을 돌보는 시대다. 특히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부모를 부양해야 함에도 정작 본인은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고령이 돼서도 보조자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건강독립’을 유지하는 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위다. 같은 맥락에서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정신적·육체적·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치매는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무서운 병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치매는 세월이 흘러 고령이 될수록 걸리기 쉽지만 그 자체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고령이 되면 여러 질병이 발병하고 섞이면서(합병증) 사망하는 것이지, 치매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니란 거다. 특히 알츠하이머형은 골격근에 수의적 운동명령을 내리는 대뇌 피질의 기능이 마지막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침상을 지키는 ‘자리보전’ 환자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문제는 치매의 돌발변수다. 배회 중 전도되거나 굴러서 대퇴경부골절 등의 중상을 입으면 병상생활이 길어져 치매는 ‘죽음의 병’으로 돌변한다. 무엇보다 사용하지 못하는 근육이 위축돼 손과 다리의 힘(근육)이 쇠약해지면 관절의 움직임도 굳어진다. 자리보전 환자가 되면 기관지의 근육 역시 약해져 가래를 뱉지 못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하고,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인지기능이 경미하게 저하되기 시작한 노인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선별해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화는 질환이나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경험해야 하는 삶의 한 과정이다. 노화를 경험하는 10명 중 1명이 걸린다는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치매는 결코 무서운 병이 아니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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