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케팅 한계

리테일테크 열풍을 타고 유통가에도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진=뉴시스]
리테일테크 열풍을 타고 유통가에도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진=뉴시스]

#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꼬깔콘 버팔로윙맛’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AI) 트렌드 분석시스템 ‘엘시아(LCIA)’가 추출한 ‘혼맥’ ‘과맥’ ‘버팔로윙’ 등의 키워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출시 직후 두달간 100만개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 꼬깔콘 버팔로윙맛의 매출은 월 4억~5억원으로, 꼬깔콘 월매출 평균 75억원(2018년 기준)의 6% 수준이다.
# 롯데제과가 엘시아의 분석을 통해 출시한 제품은 또 있다. 2017년 론칭한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인데, 이 제품 역시 ‘반짝 인기’만 누린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AI가 숱한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제품의 수명이 짧다는 얘기다. 

4차산업혁명 바람이 유통가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리테일테크(Retail Techㆍ유통+테크놀로지)’가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면서 유통업계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에 AIㆍ빅데이터ㆍ사물인터넷(IoT) 등 IT기술을 접목하는데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무인계산대(키오스크), 전자간판(디지털 사이니지)을 설치한 매장이 가파르게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7년 키오스크를 도입한 패스트푸드점 KFC는 단 1년 만에 모든 매장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했다. 화장품 업계는 AI 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H&B스토어 ‘올리브영’ 강남 본점에선 증강현실(AR)과 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미러, 스마트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 LG생활건강도 AI가 메이크업 팁을 알려주는 ‘네이처컬렉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AI 마케팅은 아직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키오스크 매장이 노인ㆍ장애인ㆍ외국인 등을 소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숱하다. ‘똑똑함’으로 무장했다는 무인ㆍ디지털 매장이 시범운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AI 마케팅의 한계를 보여준다. AI 챗봇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롯데쇼핑의 AI 챗봇 ‘샬롯’은 ‘40대 여성을 위한 10만원대 생일선물’처럼 고객맞춤형 제품을 추천해준다. 반면 동원F&B 온라인 쇼핑몰 ‘동원몰’의 AI 챗봇 ‘푸디’는 쇼핑몰 내 카테고리별 제품을 추천할 수 있지만 상황별 추천능력은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는 “AI 챗봇이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준까지 개발하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면서 “AI 챗봇의 기술력이 제각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AI 기술력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2017 ICT 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기술 수준은 일본(83), 중국(82)보다 낮은 78(미국 100 대비)에 그쳤다. AI 마케팅 열풍에 가려진 그림자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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