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의 부활찬가 섣불렀다 
한국 조선의 부활찬가 섣불렀다 
  • 고준영 기자
  • 호수 335
  • 승인 2019.04.26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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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자리 또 빼앗긴 조선

올 1분기 국가별 조선업의 수주실적이 공개됐다. 한국 조선은 중국 조선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7년 만에 되찾은 1위 자리를 단 1분기 만에 내준 셈이다. 일부에선 “아직 1분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1분기 실적이 연말에 뒤바뀐 적은 거의 없다. 더구나 지난해 한국 조선의 실적을 끌어올린 호재도 올해엔 없다. 한국 조선, 부활찬가를 부를 때가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1위 자리를 또다시 빼앗긴 조선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해 한국 조선은 7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올 1분기 실적에선 중국에 밀려 2위에 그쳤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조선은 7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올 1분기 실적에선 중국에 밀려 2위에 그쳤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조선업에 2018년은 의미가 컸다. 세계 조선 1위(수주량 기준) 자리를 무려 7년만에 되찾은 해였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은 전체 발주량 286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ㆍ선박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 가운데 44.2%에 해당하는 1263만 CGT를 수주해 중국(915만 CGTㆍ32.0%), 일본(360만 CGTㆍ12.6%)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2012년 1위 자리를 빼앗긴 이후 6년간 한국 조선의 수주점유율이 줄곧 20%대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2012년 제외)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였다. 업계 안팎에선 한국 조선이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하지만 낙관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을 휩쓸었던 한국 조선이 올해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 조선이 올해 1분기까지 기록한 성적은 162만 CGT로 점유율은 28.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의 실적인 258만 CGT(45.0%)를 크게 밑돈다. 일본 조선은 47만 CGT(8.2%)를 수주했다. “1분기 실적만 가지고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지만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통상 1분기 실적이 연간 실적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지난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각각 42.2%, 31.5%, 12.8%였는데, 연간 점유율도 44.2%, 32.0%, 12.6%로 비슷했다. 2017년에도 세 국가의 조선시장 점유율은 1분기 22.3%ㆍ31.4%ㆍ7.7%에서 연간 26.8%ㆍ42.0%ㆍ9.0%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한국 조선의 실적이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와 같은 ‘큰 실적’을 올해에도 기대하긴 힘들다.[※참고 :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 국내 조선 3사에 2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했다. 이는 지난해 조선 3사가 수주한 총 컨테이너선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한국 조선이 기대를 걸 만한 건 LNG운반선이지만 이마저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사실 LNG운반선은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종이다. 환경 이슈에 따라 꾸준히 발주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올 1분기 조선3사가 수주한 선박 19척 중 11척이 LNG운반선이었고, 모잠비크ㆍ러시아ㆍ카타르 등 세 나라가 대량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에선 컨테이너선 발주물량이 많고 탱커 물량이 적었는데 올해는 반대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로선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LNG프로젝트에서 곧 LNG운반선 발주가 시작될 거란 점이 호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주시기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 애널리스트는 “올 6월께엔 러시아와 모잠비크에서 각각 16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올해 안에 발주될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조선이 LNG운반선으로 언제쯤 실질적인 수혜를 얻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해가 지날수록 LNG운반선의 발주량 전망치가 감소한다는 점도 리스크다. 클락슨리서치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LNG운반선의 연간 발주량은 2019년 40척에서 2020~2023년 연평균 65척으로 늘었다가 2024~2027년 연평균 57척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발주된 LNG운반선이 총 68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 없는 지표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금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도, LNG운반선의 대량 발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 조선의 실적을 끌어올렸던 변수가 올해는 작동하기 힘들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조선업계를 바라보는 눈도 냉랭하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올 2분기 조선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제조업 중 경기악화를 전망한 업종은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뿐이다.[※참고 : 경기실사지수(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전망하는 곳이 더 많다는 얘기다. 조선ㆍ반도체ㆍ자동차의 올 2분기 BSI는 각각 99, 95, 95였다.] 

한국 조선은 아직 어둡다. 그런데도 우리는 섣불리 부활찬가를 불렀고, 지금도 또다른 찬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게 우리의 진짜 문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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