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비메모리 비책’ 통할까
위기의 삼성전자, ‘비메모리 비책’ 통할까
  • 고준영 기자
  • 호수 336
  • 승인 2019.04.29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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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폴드 파문
메모리반도체도 주춤
비메모리 육성 전략 발표
순탄치않은 ‘제3의 길’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에서 화면결함 문제가 발견됐다. 갤럭시노트7 폭발사태에 이은 품질 논란으로 ‘기술력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났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서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셈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에서 “삼성전자에 ‘제3의 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돌파구로 비非메모리를 택했다. 하지만 ‘제3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의 삼성이 걸어야 할 길을 취재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육성전략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육성전략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30년까지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겠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사업 목표와 계획이 담긴 ‘반도체 비전 2030’을 4월 24일 공개했다.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핵심인데,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비메모리를 강조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행안도 공격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연구ㆍ개발(R&D) 비용으로 73조원,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평균 11조원의 자금을 비메모리에 쏟아 붓는 셈이다.

이는 2016년 삼성전자의 연간 R&D 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기술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만5000명가량의 전문인력도 고용한다. 국내 비메모리 분야 생태계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비메모리 육성안을 꺼내든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로 인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덕에 재미를 봤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 크게 꺾였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8.5%,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이보다 더 떨어진 7조38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ㆍ대만 아성 앞에 초라한 삼성

반면 비메모리는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해서인지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 ‘시스템 반도체 강자’ 인텔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체 반도체 시장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를 키우는 또다른 이유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17년 4122억 달러 규모였던 전체 반도체 시장 가운데 비메모리는 2882억 달러로 69.9%를 차지했다. 메모리는 비메모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40억 달러(30. 1%)에 그쳤다. 

더구나 비메모리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5G(세대) 통신 등 미래기술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전망도 밝다. 때마침 정부가 비메모리를 3대 중점 육성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한 만큼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얼마큼의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1990년대 중반부터 비메모리 사업을 펼쳐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메모리 사업부문의 성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의 한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설계 부문(모바일 APㆍ모뎀칩ㆍ이미지센서 등)에선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3%대에 머물러 있다. 또하나의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눈에 띄게 성장하긴 했지만 올 1분기 시장점유율(트렌드포스 자료)은 1위 기업인 대만 TSMC(올 1분기 48.1%)의 절반에도 못 미친 19.1%에 그쳤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이 발전하려면 세트업체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한 건 세트를 미국이 주도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를 키우지 못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비메모리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특징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대규모 투자와 대형설비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과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인 비메모리(특히 시스템반도체 설계)는 상대적으로 기술적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전문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기로 삼은 중소형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ㆍfabless)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이번 육성 방안에 마련한 이유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키우려면 기술 노하우 있어야

그동안 삼성전자를 두고 “비메모리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숱하게 쏟아졌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인지, 메모리 반도체의 침체에 따른 반작용인지 알 수 없지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비메모리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삼성을 둘러싼 환경이 최악에 가깝다.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에 이어 기대를 모았던 갤럭시 폴드마저 결함 논란이 불거지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의 명성에 흠집이 생겼다. 연간 영업이익 60조원에 육박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신화도 한풀 꺾였다. 이제 ‘제3의 길’이라고 할 만한 비메모리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만한 상황인데, 그 길이 험난하고 걸림돌도 많다.

한태희 성균관대(반도체시스템공학) 교수는 “비메모리는 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데, 인재와 자본이 풍부한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기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도 버거운 게 사실”이라면서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쉽지 않은 문제지만 당장 삼성전자가 잘할 수 있는 파운드리로 시작해 설계 분야까지 점차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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