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풀어야 할 과제 수두룩
떡 줄 사람 생각 안하고 있을 지도
자회사 편입건 등 변수 많아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던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에 안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한편에선 떡 줄 사람(롯데)은 생각도 안 하는데, 시장과 하나금융이 김칫국부터 마시려는 게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을 짚어봤다.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 인수의 7부 능선을 넘었다.” 하나금융그룹이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인수전의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하나금융그룹·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 등 세곳으로 추려졌다.

시장은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그룹이 인수대상자 선정 요소로 제시한 ▲인수가격 ▲고용안정 ▲합병 후 시너지 효과 등을 따져봤을 때 하나금융이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기술 분야에 특화한 상품이 많은 하나카드와 달리 롯데카드는 유통 분야에 강점이 있어 중복고객도 많지 않다. 투자업계의 의견도 비슷하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장점이 중복되지 않아 역逆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롯데카드 ROE(자기자본이익률) 0.6~0.7배 수준으로 예상되는 낮은 인수 가격과 하나카드와의 시너 발생 등으로 인해 하나금융의 ROE가 개선될 공산도 크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는 카드업계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기준 카드사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22.03%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삼성카드(19.04%), 국민카드(15.91%), 현대카드(15.17%) 등이 쫓고 있다.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8.24%로 8개 전업 카드사 중 7위에 불과하지만 시장점유율 11.03%의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른다.

총자산 규모에서도 신한카드(29조3500억원)나 삼성카드(23조472억원), KB국민카드(20조5074억원)와 비슷한 20조원대(하나카드 7조7847억원+롯데카드 12조6527억원=20조4374억원)로 올라선다. 하나은행이 약점으로 꼽히던 ‘비은행 부문’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을 인수자로 낙점하느냐다. 언급한 것처럼 시장은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만, 롯데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지분 93.8% 중 일부를 보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명목은 유통과 카드업의 시너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한편에선 ‘롯데카드가 바이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가 통과했을 때를 대비해 롯데카드를 재매입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롯데그룹으로선 하나금융보단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롯데카드 품으면 시장점유율 2위


롯데카드가 하나금융에 인수될 경우 구조조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임직원 수(지난해 기준)는 2480명(롯데카드 1715명·하나카드 765명)이다. 신한카드(2639명)보단 적지만 업계 2위 삼성카드(2062명)보단 400명 이상 많다.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의 매출이 감소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롯데카드가 제시한 인수자 선정 요인 중 하나인 ‘고용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했을 때 하나카드의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느냐도 변수다. 금융당국이 비슷한 건件을 승인하지 않은 전례가 있어서다. 2017년 9월 하나금융투자는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0%를 인수,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후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요청했다.

[※ 참고: 하나금융투자는 2005년 인수한 대한투자신탁운용(현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0%를 2007년 7월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매각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7년 9월 이 지분을 다시 사들여 하나UBS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회사명도 ‘하나자산운용’으로 변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 12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를 이유로 하나UBS자산운용의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중단했고, 지금도 보류 상태다.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주목할 점은 이 문제가 롯데카드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자회사 편입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 신청에선 대주주가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 발목 잡을 변수 수두룩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장과 180도 달랐던 사례는 숱하게 많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승인을 지연한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2014년),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2018년) 등이 대표 사례다. 김정태 회장이 4월 초 금감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것도 이런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본입찰에서 빠지면서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하나금융의 인수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나금융의 인수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협상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변수도 많다”며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건 등도 중요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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