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부산으로 발령을 받은 남편은 서울집에 ‘전세’를 놓은 다음에 그 전세금으로 투자를 하기로 했다. 대신 부산집은 ‘월세’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내가 말렸지만 남편은 ‘설마 월세도 못 내랴’는 생각에 밀어붙였다. 부부는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정년퇴직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의 리스크를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26편 두번째 이야기다.

부채탓에 자산이 줄고 있다면 과감하게 빚을 정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채탓에 자산이 줄고 있다면 과감하게 빚을 정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년퇴직 문제로 고민에 빠진 김인식(54·가명)씨와 양승희(52·가명) 부부. 상담 내내 두 사람은 노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겉으로 봐선 두 사람의 고민을 공감하기 어려웠다. 맞벌이인 부부의 월소득(710만원)이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씨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해왔다. 주변에서 “김씨가 집 2~3채 정도는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짐작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노후를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 4년 전 김씨가 부동산 사기로 큰 손해(약 4억원)를 봤기 때문이다. 빠르게 손해를 복구하려는 생각에 김씨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주식과 펀드에 몰두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오로지 투자 사이트에서 추천한 주식만 사들인 결과였다.

현재 김씨 부부가 진 빚은 아파트 대출(4000만원)을 포함해 총 8000만원이다. 예금·주식·펀드 등 보유 중인 자산(총 9130만원)으로 갚고 나면 부부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부동산은 서울 양천구에 매입해 둔 아파트(4억5000만원)가 전부다. 부동산 사기를 당했어도 내 집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부부에겐 이상한 게 또 있었다. 내 집이 있음에도 월 100만원씩 월세를 내고 있었다. 얼마 전 김씨가 부산으로 발령받아 이사하면서부터였다. 아내는 살고 있던 집에 전세(2억7000만원)를 주고 그 돈으로 부산에 전세 아파트를 구하길 원한 반면 남편은 그 전세금으로 재테크를 하고 싶어했다.

남편의 오랜 설득 끝에 부부는 목 좋은 월세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월세의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듯했지만 부부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부부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아내가 남편의 돈 관리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자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남편이 가계부를 쓰지 않아 소득과 지출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탓이었다. 큰 술자리에서 자주 ‘한턱’을 내거나 걸핏하면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는 씀씀이도 아내의 의심을 부추겼다. 양씨는 “남편이 몰래 성과금이나 인센티브를 숨기고 있지 않나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부의 돈 관리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각자 벌어 각자 쓰는 ‘독립형’이다. 자신의 지출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돈을 두고 싸울 일이 거의 없다. 주택대출 상환금·교육비·식비 등 큼직한 비용은 함께 내고 나머지 금액은 각자 알아서 쓰는 ‘분배독립형’도 있다. 독립형처럼 돈 문제로 다툴 일이 별로 없는 데다 공동 지출은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젊은 부부들이 선호한다. 이밖에 한 사람이 돈을 모두 관리하는 ‘공유전담형’이 있는데, 이들 부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부부들이 한번 돈 문제로 싸우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서로의 자산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쌓여 온 의심과 오해가 단번에 관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공유전담형도 마찬가지다.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내의 오해가 풀렸다. 남편에게 별도 수입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판명났기 때문이다. 남편이 냈다는 술값은 대부분 직장 동료와 마시고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인데, 이를 아내에게 알리지 않아 의심을 샀던 거였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지출 내역을 자세히 정리하고 어떤 항목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지 확인했다. 남편의 용돈(50만원→30만원)과 통신비(34만원→19만원)도 줄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노후는 물론 16살·13살인 두딸의 교육비도 준비하기 벅차다. 저축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김씨 부부의 금융성상품은 펀드(10만원)·연금펀드(5만원)·연금신탁(5만원)·퇴직연금(IRP·5만원) 등 25만원이 전부다. 김씨 부부는 2차 상담에서 지출을 제대로 줄여 저축액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먼저 가장 큰 골칫거리인 대출이자(월 37만원)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부부의 대출금(총 8000만원)보다 김씨가 투자한 주식·금(9130만원) 액수가 더 컸다. 김씨는 주식·금 상품을 정리하고 대출금을 갚는 데 활용했다. 그 결과, 부부의 대출이자도 37만원에서 ‘제로’가 됐다.


다음은 보험료(55만원)다. 김씨 부부의 보험료는 총 40만원으로 소득 대비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편의 종신보험(14만원)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해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두 딸의 보험료(총 15만원)인데, 기본적인 실손보험이 빠져 있었다. 일반보험의 경우 대장암·유방암·남녀생식기암 등 주요 암 질환이 보장항목에 없었고, 보험료도 상대적으로 비쌌다.

부부는 우선 자녀 실손보험부터 추가했다. 30세 만기에 각각 7만원이었던 일반보험은 각각 4만원에 100세 만기로 조정했다. 김씨의 상조보험(3만원)도 해지했다. 정년까지 김씨의 회사에서 상조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나중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 결과, 보험료는 55만원에서 32만원으로 23만원 절감했다.

아파트 월세(100만원)는 일단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전셋집으로 이사하면 월세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이번엔 아내가 대출받는 걸 반대했다. 남편이 큰 맘 먹고 주식과 금을 팔아 대출금을 갚았는데 또다시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주 학교를 옮기는 게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을 거란 판단도 있었다. 부부는 시간을 갖고 상의한 뒤 이사 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제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1·2차 상담에서 김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9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29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66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66만원으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재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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