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법적 사각지대

직영으로만 출점하는 스타벅스는 가맹사업법에 적용받지 않아 핵심상권 밀집 출점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사진=연합뉴스]

8만8159곳.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집계한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숫자다(2018년 기준). 서울엔 1만7179곳, 경기도엔 2만680곳이 둥지를 틀고 있고, 카페 브랜드 수는 무려 344개에 이른다. ‘자영업의 절반은 커피전문점’이란 과장 섞인 말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커피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외식업종 중 4위에 올라있다(공정거래위원회). 참고로 1위는 치킨, 2위는 한식이다. 

커피시장을 이끄는 ‘큰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5224억원으로, 경쟁업체인 투썸플레이스(2687억원ㆍ이하 소비자매출 미포함)나 이디야커피(2005억원)를 압도했다. 그런데 여기엔 흥미로운 게 숨어 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매출과 달리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1위가 아니다. 이디야커피가 2469개로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 가장 많다. 스타벅스는 이디야커피의 절반이 조금 넘는 1280개에 머물러 있다(2019년 3월 기준).

그런데도 많은 소비자가 ‘한 집 건너 한 집’이 스타벅스라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답은 ‘밀집 출점’에 있다.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직영 전략) 스타벅스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이 법률의 핵심인 ‘가맹점 영업지역(거리 자율 지정) 내에 동종업종을 낼 수 없다’는 조항에도 걸리지 않는다.

쉽게 말해, 스타벅스는 일정한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동종 가맹점을 낼 수 없는 국내 프랜차이즈와 달리 상권만 좋다면 맘대로 출점할 수 있다는 거다. 서울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스타벅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은 “가까운 지역이라도 특징에 따라 다른 상권으로 보고 출점한다”며 “대로변 위주로 출점해 골목상권에는 입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의 생각은 다르다. 스타벅스 매장 하나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외국계 기업인 스타벅스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객관적인 상권영향평가와 함께 이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회는 낮잠만 자고 있다. 스타벅스의 법적 사각지대 문제가 수없이 제기됐음에도 의미 있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은 없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국시니어클럽과의 연계를 통한 고용창출, 커피박 비료 기부, 지역 특산물 이용한 메뉴 개발 등 사회공헌으로 상생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도 숱하다. 빛나는 스타벅스 공화국의 씁쓸한 이면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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