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처럼, 넷플릭스처럼… 서로를 탐하다
디즈니처럼, 넷플릭스처럼… 서로를 탐하다
  • 이혁기 기자
  • 호수 336
  • 승인 2019.05.03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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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 vs 넷플릭스 2차전

미디어 산업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두 기업이 격돌하고 있습니다. 공룡이 된 월트디즈니와 신흥 강자로 주목을 받는 넷플릭스입니다. 흥미로운 건 두 기업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월트디즈니는 넷플릭스의 자체 플랫폼을, 넷플릭스는 월트디즈니 수준의 콘텐트를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경쟁관계에 놓인 두 기업이 서로의 강점을 탐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은 과연 어느 쪽에 미소를 지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 

디즈니가 올 11월 OTT 서비스 '디즈니스 플러스'를 출시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디즈니가 올 11월 OTT 서비스 '디즈니스 플러스'를 출시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월트디즈니는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이자 대표적인 ‘공룡기업’입니다. 1996년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를 190억 달러(22조267억원)에 인수·합병(M&A)한 것을 시작으로 스포츠채널 ESPN(1998년), 머펫스튜디오(2004년),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픽사(2006년) 등을 차례대로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2009년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는 마블 엔터테인먼트마저 인수했죠.

이렇게 월트디즈니가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건 해당 기업의 오리지널 콘텐트, IP를 얻기 위함입니다. ‘디즈니 사단’에 합류한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영화·애니메이션·굿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됐고, 월트디즈니에 막대한 수익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4개월 만에 20억4500만 달러(2조3734억)를 벌어들인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밖에 1928년 창조된 캐릭터 ‘미키 마우스’도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죠. IP가 월트디즈니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입니다.

승승장구하던 월트디즈니 앞에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했습니다. 넷플릭스입니다. DVD 렌털사업으로 성장하던 넷플릭스는 2007년 돌연 OTT(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서비스·Over The Top)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월 구독료만 내면 유튜브처럼 어디서나 넷플릭스의 콘텐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DVD 렌털사업으로 축적한 빅데이터를 분석,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드라마를 추천하는 알고리즘도 탑재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어떤 영화·드라마를 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발빠르게 노선을 갈아탄 넷플릭스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2012년 36억1000만 달러(4조1908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150억7900만 달러(18조3353억원)로 6년 만에 317.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월트디즈니의 매출이 370억8000만 달러(43조350억원)에서 594억4300만 달러(68조9744억원)로 59.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매우 빠릅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두 기업의 격차는 더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잠깐이긴 했지만 지난해 5월 24일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1610억 달러(186조8405억원)를 기록하면서 월트디즈니(152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의 1인자가 넷플릭스로 바뀔지 모른다”는 분석이 쏟아진 이유였죠.

 

두 기업의 희비를 가른 건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유통망을 갖춘 넷플릭스의 주요 수입원은 월 구독료인데,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트만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면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월트디즈니의 매출원은 콘텐트 판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방송·영화 관련 매출이 전체(524억 달러)의 58.1%를 기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2015년 기준). 자체 유통망이 없는 월트디즈니 입장에선 콘텐트가 계속해서 ‘대박’이 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TV산업이 하향하고 있다는 점도 월트디즈니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울고 웃은 두 기업의 비전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가 점점 ‘닮은꼴’이 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4월 11일(현지시간) 월트디즈니는 올 11월 12일부터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넷플릭스처럼 자체적으로 콘텐트를 유통하겠다는 겁니다.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북미·유럽·아시아 등 서비스 지역을 점차 넓히겠다는 포부도 밝혔죠. 이용료는 월 6.99달러로 넷플릭스(10.99달러)보다 저렴합니다.

넷플릭스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콘텐트 제작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80억 달러(9조2896억원)를 투자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M&A도 체결했습니다. 영화 ‘킹스맨’ ‘킥애스’ 등으로 유명한 만화 출판기업 밀러월드를 인수한 겁니다.

콘텐트 제작 방식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넷플릭스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100% 사전 제작해 방영합니다. 그 결과,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나르코스(2015년)’ ‘기묘한 이야기(2016년)’ 등 세계적인 히트작들이 탄생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한 드라마 ‘킹덤’은 회당 15억~20억원이 투입됐죠. 월트디즈니처럼 탄탄한 콘텐트를 갖춘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가 다분합니다. 그 노력 덕분인지 킹덤이 방영된 이후 한국 구독자 수는 100만명(2018년 10월 기준·닐슨코리아클릭)에서 240만명(2월)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넷플릭스가 방영한 '킹덤'은 높은 완성도로 흥행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넷플릭스가 방영한 '킹덤'은 높은 완성도로 흥행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월트디즈니의 경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두 기업의 전쟁터가 될 OTT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미국의 경우 OTT 시청시간은 전체 TV 시청시간의 10%에 불과하다”면서 “OTT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우세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뛰어난 콘텐트로 무장한 월트디즈니와 자체 유통망을 갖춘 넷플릭스는 이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2차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격변하는 미디어 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승기를 잡게 될까요? 시장은 아직 변화 중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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