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5인이 말하는 한국경제
2분기 경제지표 냉정하게 살펴야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기신호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2분기엔 좋아질 것”이라면서 낙관론만 펴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의 말은 다르다. “2분기 경제지표가 1분기보다 나빠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조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예측해봤다. 경제전문가 5명에게 물었다. 

문재인 정부는 2분기에 한국경제가 좋아질 거라면서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2분기에 한국경제가 좋아질 거라면서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조했다.[사진=뉴시스]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고 등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ㆍ개선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수석ㆍ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말이다. 

앞서 4월 25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를 통해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였다. 11년 만에 나온 최악의 경제성적표다.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 역시 1.8%로,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였다. 경기침체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낙관론을 내놓은 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한수 거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피지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ASEAN)+3국(한ㆍ중ㆍ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 중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2분기부터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대통령과 한은 총재의 ‘2분기 경제회복’ 전망은 설득력이 있을까. 경제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단단히 착각했거나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현실을 모르는 낙관적인 상황 판단’이다. 조영철 고려대(경제학) 교수는 “한은은 이번 GDP 감소를 두고 ‘일시적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면서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이 1.8%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건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송의영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한풀 꺾인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진국들도 미국을 제외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경기부양 동력이 없고, 중국 역시 고도성장의 후유증에 과잉부채까지 겹쳐 있어 수출 회복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도 “수출(-2.6%)과 설비투자(-10.8%)가 줄어든 걸 보면 위기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 반도체 수출이 줄었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도 감소했다”면서 “미ㆍ중 무역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도 낮은 만큼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그냥 놔둬도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경제전망 ‘현실감 제로’ 비판

그럼에도 “2분기에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감은 완전히 다르다. ‘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아니겠냐’는 거다. 기저효과로 인한 반등은 있을 거라는 건데, 낙관이 아니라 부정적인 의미다. 실제로는 그리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으니까 추가경정 예산을 확보해서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상황은 수출할 게 반도체밖에 없고, 경쟁력도 없는 국내 제조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2분기에 경제가 좋아진다면 지금 왜 추경을 얘기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나. 경제가 좋아질 때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온다. 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는 얘길 하고 있는 거다. 근거 없는 전망을 내놓고 국민이 ‘왜 경제가 안 좋아지느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지 의문이다.”

 

조영철 교수는 “정부는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면 그게 경제가 좋아지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한은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췄는데, 이는 지난해 2.7% 성장률보다 낮다.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상쇄할 만큼 2분기 성장률을 확 끌어올릴 대안도 없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어떤 근거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뭘까. 정부는 추경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수석ㆍ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간 투자가 활발해야 한다”면서 기업에 투자를 주문했고, “정부 투자 역시 중요하다”면서 추경을 활용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문제는 적극적 재정정책의 효과인데, 다양한 우려가 나온다. 조영철 교수는 찔끔찔끔 추경으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내놨다. 조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빈곤층의 타격이 가장 심한 만큼 사회복지 재정을 늘리는 일에 써야 한다”면서 “정부는 4월 24일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한 후 벌써 2차 추경을 논의하고 있는데, 말로만 적극적 재정정책이라고 떠들지 소극적 재정정책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송의영 교수는 “재정정책은 최대한 미래와 혁신 지향적이어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보건과 교육산업에서 선진 노령화사회가 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규제완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산업 인프라 구축 등에 재정이 집중돼야 한다.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혁신 지향적 투자에 세액공제를 해주고, 신산업 및 구조조정 펀드도 확대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미리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서 재정 지출이 단기성 일자리와 토목공사 등에 낭비될까 우려스럽다.”

 

경제전문가들은 추경을 통한 재정정책이 단기 일자리 창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사진=뉴시스]
경제전문가들은 추경을 통한 재정정책이 단기 일자리 창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사진=뉴시스]

성태윤 교수는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곳에 추경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재정 낭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성 교수는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 추경 효과가 눈에 띄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선순위 사업을 정하고 대규모 민간 투자나 활력을 이끌어내는 사업과 연계해야 하는데, 사회간접자본(SOC) 교체와 같이 실제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들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소득주도성장도 휘청

박상인 교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니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GDP 성장률 전망치는 말 그대로 ‘전망치’일 뿐이다. 정부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예컨대 위기에 몰린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핵심 대책이 뭔지 고민하고, 이 대책에 재정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활력이 생기면서 투자도 일어나고, 성장률도 올라가는 거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그런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그러니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 재정을 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사실상 통계 조작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성태윤 교수는 수출과 투자 감소가 급격히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소비도 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비용 인상은 국내 소비 여건을 개선하기보다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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