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럼에도 희망입니다
[Weekly BOOK Review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럼에도 희망입니다
  • 이지은 기자
  • 호수 337
  • 승인 2019.05.06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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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이길…
장영희 교수는 자신의 삶을 ‘천형天刑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내 삶은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영희 교수는 자신의 삶을 ‘천형天刑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내 삶은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래전 읽었던 고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를 또 다시 마주했다.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온화한 책표지가 희망과 긍정의 글을 쓰던 그를 똑 닮았다. 목발에 의지하던 장애와 세차례의 암 투병 속에서도 시련에 빠져있기보다 따뜻한 글로 세상에 위로했던 그다. 그의 책을 다시금 읽자니 행간의 온기가 오롯이 전해진다. 여전히 그의 글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100쇄를 기념해 양장본으로 재출간됐다. 장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작업한 이 책은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순수 에세이집으로, 월간 「샘터」에 연재한 원고들을 추려 수록했다. 그는 암 투병의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림 작가 선정에서부터 제목, 디자인 콘셉트까지 직접 관여했다. 2009년 5월 8일 인쇄된 책이 나왔으나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결국 완성본을 보지 못한 채 다음날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에는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지낼 때부터 척추암으로 투병하다 복귀하면서 연재를 다시 시작했을 때, 그리고 다시 연구년을 맞았으나 암이 간으로 전이돼 미국행을 포기한 채 한국에 머물 때까지 9년의 시간이 담겼다. 세차례의 암 투병을 거치면서 집필한 글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유머와 희망의 글로 승화했다. 이는 장영희만이 갖는 문학적 재능이며 독특한 힘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적을 원한다. 암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크고, 확률에 위배되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독자들과 삶의 기적을 나누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가 제목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으로 정한 것은 이 책이 기적의 책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기적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어서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 버텨낸 하루하루가 모두 기적이며, 그래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밤 그는 창밖 희미한 불빛에 비친 비 샌 천장의 얼룩을 보며 ‘미치도록 정겨웠다’고 말한다. 그 지저분한 자국마저도 정답고 아름다운 이 세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몸서리치듯 느낀다. ‘암 환자 장영희’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던 그는 자신의 삶을 ‘천형天刑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에게 ‘내 삶은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한다. 시련이 무겁다고 세상을 탓하거나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나의 삶은 은혜롭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힘든 아픔을 당당하게 바꿔 천혜의 운명으로 맞이했던 그의 삶의 자세에서 독자들은 기적 같은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

세 가지 스토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
낸시 아이젠버그 지음| 살림 펴냄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인 차별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이트 트래시’라 불리는 가난한 백인들이 당해온 차별과 고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계급 없는 미국’이라는 신화는 허구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은 시작부터 착취와 배제의 논리로 기획됐으며, 힘 없고 가난한 이들은 400년간 조롱받고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사에 감춰진 백인 카스트 제도의 민낯을 고발한다.

「보살핌의 경제학」
달라이 라마 외 지음 | 나무의 마음 펴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 전세계가 긴밀히 연결돼 낯선 사람과도 운명을 함께한다는 것, 둘째 근대 자본주의 효용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와 전세계 지성이 머리를 맞댄 2010년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요한, 경제 시스템 안에서 이타주의와 자비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지음 | 동아시아 펴냄


다윈의 「종의 기원」에 비해 그의 후기작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윈은 ‘자연선택’ 못지않게 ‘성선택’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동물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대뿐만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상대를 찾기도 한다는 거다. 이 책의 저자는 “자연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은 자연선택이나 적자생존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두 이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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