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하락세 체감 안 되는 이유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당연히 통계상 임대료도 떨어졌다. 그런데 점포나 오피스에 임차해 있는 이들은 임대료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 통계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임대료 하락폭이 워낙 작은 데다, 공실률이 전체 통계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진 원인이 임대료가 아니라 부동산가치 하락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임대료 하락세를 체감하기 힘든 이유를 취재했다.
 

임대료가 하락했다지만 체감은 어렵다.[사진=뉴시스]

“임대료가 하락했다.” 4월 25일 한국감정원이 2019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을 발표했다. 전국의 중대형, 소규모, 집합상가 임대료가 모두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서의 가장 첫머리에 나왔다. [※참고: 중대형 상가는 면적 330㎡(약 100평) 초과, 소규모 상가는 면적 330㎡ 이하 상가를 말한다]

수익률도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중대형 상가의 투자 수익률은 직전 분기 대비 0.25%포인트 떨어진 1.50%에 그쳤다. 소규모 상가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58%에서 1.36%로 주춤했다. 임대료 하락이 상가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임대료가 하락했다는 건데, 체감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가 이 답을 찾기 위해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다시 들여다봤다.

투자수익률 계산법의 함의

예시는 서울에 있는 소규모(99㎡·약 30평) 상가다. 이 상가의 올 1분기 기준 월 임대료는 540만5400원이다(서울 소규모 상가의 ㎡당 임대료는 5만4600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직전 분기 대비 0.08% 하락했으니, 역으로 계산하면 2018년 4분기 월 평균 임대료는 540만9900원이다. 월 임대료가 4500원 빠졌다는 얘기다.

이번엔 임대가격지수를 놓고 다시 계산해봤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평균 임대료보다 더 정확하다고 말하는 지표다. 조사 시점 이전에 계약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임대료와 달리 임대가격지수는 조사 시점에서 거래가 가능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다. 시장 임대가격에 가깝기 때문에 임대료보다 새 계약을 하려는 자영업자에게 더 필요하다.

2018년 4분기 임대가격지수가 100일 때 2019년 1분기 임대가격지수는 0.18% 하락했다. 가격에 빗대면 541만9500원에서 540만9900원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하락한 임대료는 월 9600원. 새 계약을 하더라도 기존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상가수익률은 왜 가파르게 떨어진 걸까. 서울의 소규모 상가 투자 수익률은 2.17%(2018년 4분기)에서 1.61%(2019년 1분기)로 하락했다. 투자 수익률은 소득 수익률과 자본 수익률의 합이다. 소득 수익률은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고, 자본 수익률은 부동산 자산 가치의 변동을 기준으로 한다.

2019년 1분기 전체 투자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본 수익률이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 투자수익률은 0.56%포인트(2.17%→1.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본 수익률은 1.38%에서 0.90%로 0.48%포인트 떨어졌다. 투자 수익률의 대부분이 자본 수익률 탓에 빠졌다는 얘기다. 더 쉽게 말하면, 이번 수익률 하락은 임대료보단 자산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거다.

임대료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공실률이다. 크든 작든 상가 공실률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1.3%, 소규모 상가는 5.3%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7.5%, 소규모 상가는 2.9%였다. 직전 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점포를 내놓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반면, 신규 수요는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실은 누구에게 부담인가

실제로 점포 수도 줄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48만2094개였던 서울시 내 점포 수는 2018년 4분기 47만6069개로 감소했다. 이 중 사라진 외식업 점포는 938개, 소매점은 5018개다.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강화로 임대료를 낮추는 경우 큰 돈을 대출받기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좋지 않고 매출이 오르지 않으니 떨어지지 않는 임대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실이 늘어나면 상권 전체의 활력도 사라져 새 점포가 입점하지 않는 악순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때 상가주인이나 점포주인이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면 임대료 하락이 체감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상가·점포주인은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기간의 ‘공실’을 감수한다.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의 강화로 임대료가 낮으면 큰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의 말을 들어보자. “물가, 임금 등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용이 늘어난 건 맞다. 이런 상황에선 공실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상가주인이나 점포주인도 마찬가지다. 수익형 부동산 거래를 할 때 RTI까지 강화돼 낮은 임대료로 큰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 그러니 임대료를 낮춰 공실을 메우려는 상가 및 점포주인도 사라졌다.”

임대료가 수치상 하락한 건 맞다. 하지만 통계를 실제금액으로 치환하면 하락폭이 미미하다. 임대료가 하락세인데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많은 이유다. 임대료 통계의 현실화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전국 최초로 ‘통상 임대료’를 조사해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 단위보다도 더 작은 거리 단위로 산정하는 첫번째 임대료 통계다. 이 계획은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까.
최아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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