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불편한 미투 관행

외식 업계의  ‘미투(Me too)’ 관행은 나쁜 결과를 낳아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외식 업계의 ‘미투(Me too)’ 관행은 나쁜 결과를 낳아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흑당 밀크티’가 외식업계 트렌드로 떠올랐다. 흑당 밀크티는 ‘흑설탕’을 재료로 한 음료로, 대만에서 즐겨 먹는다. 지난해 9월 대만 브랜드 ‘더앨리’에 이어 올해 3월 또다른 대만 브랜드 ‘타이거슈가’가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SNS상에서 흑당 밀크티가 이슈가 되면서, 이들 매장은 평일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흑당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커피 전문 브랜드 커피빈은 ‘블랙슈가펄 라떼’ ‘샷 블랙슈가펄 라떼’를 내놨다. 4월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드롭탑이 ‘블랙슈가’ 3종을 출시했다. 요거프레소ㆍ빽다방ㆍ공차 등도 흑당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흑당 열풍의 뒷맛은 씁쓸하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의 ‘미투(Me too)’ 관행은 나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스몰비어, 2016년 대만카스텔라, 2017년 큐브식빵ㆍ쌀핫도그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가령, 스몰비어의 경우 압구정봉구비어가 앞서갔지만 용구비어ㆍ봉쥬비어ㆍ봉구비어ㆍ달봉비어 등 메뉴ㆍ상표ㆍ인테리어가 비슷한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했다. 그 결과, 스몰비어 업계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 압구정봉구비어의 매장 수는 2016년 416개에서 지난해 390개로 감소했다. 오춘자비어(142→92개), 용구비어(193→188개), 달봉비어(54→38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삽시간에 미투 브랜드가 확산하는 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6052개(이하 2018년)로 미국(3000여개), 일본(1339개)와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59.7%(3617개)에 이른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가맹본부도 수두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직영점이 없는 브랜드 수는 커피 344개, 패스트푸드 80개, 제과 177개에 달했다. 

하지만 ‘미투 브랜드’ 난립을 막을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가맹본부가 아무런 요건 없이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있는 현행 가맹사업법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제 의원 발의안은 가맹본부가 직영점 2개 이상을 1년 이상 운영한 경우에만 가맹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 의원 안을 완화해 1+1(직영점 1개ㆍ1년 이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미투 브랜드, 미투 제품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흑당’ 열풍이 되레 씁쓸한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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