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트럼프’였나
유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트럼프’였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337
  • 승인 2019.05.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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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유가 흔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유가를 낮춰야 한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원유 생산량을 늘리라고 압박한다. 그런데 통계는 다른 말을 한다. 유가하락을 막은 변수는 OPEC이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이었다. 대對 이란 제재만 풀어도 늘어난 원유 수요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를 떨어뜨려라”는 트럼프의 말에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그의 본심은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유가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찾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겉으로는 유가 하락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유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겉으로는 유가 하락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유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생산을 줄이지 않길 바란다. 유가는 공급량에 근거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 <2018년 11월 12일>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제한하지 않고 현 상태로 유지하면 좋겠다. 전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8년 12월 5일>

“유가가 너무 높다. OPEC은 제발 진정하라. 세계는 유가 상승을 수용할 수 없다.” <2019년 2월 25일> “OPEC이 원유 공급을 늘리는 건 매우 중요하다. 세계 시장은 취약한데 유가가 너무 오른다.” <2019년 3월 28일> “내가 OPEC에 전화했다. 그들에게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2019년 4월 26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 6개월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내놓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압박용 발언들이다. 원유 생산을 늘려 국제유가를 낮추라는 게 트럼프 발언의 요지다. 1월을 제외하고 매월 이런 발언이 나왔으니 월례행사로 봐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가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트럼프의 발언에도 국제유가는 추세로 보면 전반적인 상승세다. 저점 기준으로 보면 두바이유는 1월 2일 배럴당 53.89달러를 기록한 후 현재(5월 3일) 70.61달러로 31.0%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12월 24일 42.53달러에서 현재 61.81달러로 45.3% 올랐고,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12월 24일 50.47달러에서 70.75달러로 40.2% 올랐다.

 

왜일까. 트럼프는 OPEC이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줄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올 1분기 OPEC의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3045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치인 3186만 배럴보다 141만 배럴(4.42%) 줄었다. 반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원유 수요는 9902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치인 9870만 배럴보다 32만 배럴(0.32%) 늘었다. 

하지만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올해 1분기 미국ㆍ러시아ㆍ남미 등 NON-OPEC의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6397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치인 6237만 배럴보다 160만 배럴(2.56%) 늘었다는 점이다. 원유 수요 증가분을 감당하고도 남을 양을 NON-OPEC이 생산한 셈이다. 

석유시장 원유 수급 ‘양호’

특히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1791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치인 1666만 배럴보다 131만 배럴(7.50%) 더 많았다. 이는 공급 부족으로 국제유가가 오른 게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향한 미국의 제재와 더불어 리비아 내전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고, 그게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가 당장 ‘유가 하락’을 원한다면 이란 제재만 풀어도 가능하다. 이란의 올해 1분기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272만 배럴로, 지난해 평균치인 355만 배럴의 76.6%에 불과하다. 약 84만 배럴이 모자라는 셈인데, 세계시장 수요 증가분(32만 배럴)의 2.6배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뒤로 미뤄놓고 ‘유가하락’을 끊임없이 외치는 까닭은 뭘까.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트럼프는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휘발유 가격 안정은 물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원료 공급을 위해서도 유가 안정을 원한다. 그것이 내년 대선 전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석유시장 입김 커진 미국

여기서 중요한 건 트럼프의 속내가 ‘유가 하락’이 아닌 ‘유가 안정’에 있다는 점이다. 이 본부장은 말을 이었다. “미국의 석유업계가 트럼프의 지지기반이기도 한데, 유가가 확 내려가길 원하겠는가. 적절한 수준의 안정을 말하는 거지, 결코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유가 하락’ 수주과 원유 구매자들이 원하는 ‘유가 하락’ 수준이 같지 않다는 거다. [※참고 :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5일 OPEC에 “유가를 현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했다. 당시 두바이유는 배럴당 60.46달러, WTI는 52.89달러였다. 트럼프가 원하는 유가 안정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의도는 ‘유가 안정’현재의 통계와 상황만 보면, 유가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OPEC의 생산량이 아니라 트럼프의 선택이다. 세계 석유시장에서 OPEC의 힘은 약해진 반면, 셰일가스 등으로 무장한 미국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탓이다. 2016년처럼 OPEC이 유가를 낮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을 막을 수도 없다. 셰일오일 채산성(손익분기점은 배럴당 약 50달러)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 2016~2017년과 같은 유가하락기가 찾아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시장도 국제유가 수준을 배럴당 50~60달러로 잡고 있다. 셰일오일 파워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김훈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셰일혁명 이후 현재는 미국이 원유 가격결정권의 상당 지분을 잠식했다”면서 “힘의 균형이 미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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