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미니보험 출시
수익보다 고객정보 노려
보장금액·보장범위 살펴야

보험업계가 미니보험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타깃은 지갑이 얇은 20~40대다. 미니보험의 강점은 저렴한 보험료와 특화된 보장이다. 적은 돈으로 필요한 보장만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암보험은 물론 기존에 없었던 미세먼지·드론보험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보험업계가 왜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미니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느냐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이 있을 순 있어도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은 내놓지 않는다. 보험사가 잘 팔리지도 않는 미니보험을 출시하는 목적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고객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니보험의 허상과 잔꾀를 취재했다.

국내 보험업계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 범위를 축소한 ‘미니보험’ 출시에 나서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보험업계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 범위를 축소한 ‘미니보험’ 출시에 나서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니보험을 출시하는 보험사가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니보험이 보험사의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장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렇다면 보험사들이 앞다퉈 미니보험을 출시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고객정보 확보라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보험사가 제대로 된 상품의 출시가 아닌 고객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 미니보험(일명 맞춤보험) 열풍이 불고 있다. 미니보험은 복잡하고 어려운 보험을 단순화한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서 판매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를 거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각종 암보험부터 미세먼지보험, 퍼스널모빌리티보험, 드론보험 등 사회 이슈의 등장에 맞춰 출시된 상품도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보험료다. 처브라이프생명이 월 보험료가 180원(20대 여성 기준)에 불과한 유방암 보험을 출시한 건 대표적 사례다. 몇천원부터 몇만원대의 보험료로 폐암·위암·간암 등의 주요 암을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보험료가 저렴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니보험의 보장범위가 작고 보장기간도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된다는 것도 가격을 낮춰주는 요인이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미니보험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국내 보험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미니보험의 출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보험사가 미니보험을 우량한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사진=연합뉴스]
보험사가 미니보험을 우량한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이 부진한 보험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며 “보험료가 저렴해 손해율 관리에 실패하면 되레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보험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맞다”며 “미니보험의 주요 타깃은 보험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20~40세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사는 토스·뱅크샐러드 등 20~40세대에게 익숙한 자산관리앱과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미니보험을 잠재고객을 모으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미세먼지보험의 사례를 들어보자.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토스와 출시한 ‘(무)m미세먼지질병보험’의 보험료는 1만5000원 수준이다. 보장내용인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호흡기관암의 진단비인 1000만원을 1명에게 지급하기 위해선 670명의 가입자가 필요하다. 4월말 기준 이 보험의 가입자 수가 500명가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1명분의 보장금도 모으지 못한 셈이다.

다양한 미니보험 출시

그렇다면 보험업계가 돈이 되지 않는 미니보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이 마케팅 효과와 고객정보(DB)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화 단계에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에서 보험에 가입할 고객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경기침체까지 장기화하면서 보험을 해지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도 부쩍 늘어났다. 보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40대 고객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63.8%로 2017년 대비 5.9%포인트나 감소했다. 30대의 가입률도 꾸준히 하락해 2013년 81.9%에서 지난해 77.3%로 떨어졌다. 2016년 91.0%를 기록했던 40대의 가입률은 지난해 84.3%로 6.7%포인트 하락하는 등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거다. 보험 설계사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정보의 가치도 높다.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우량고객’의 정보는 건당 5만~10만원에 거래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사가 내놓은 미니보험에 500명만 가입해도 2500만~5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고객정보를 확보하는 셈이다. 미니보험이 당장의 수익성은 낮지만 고객 DB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남는 장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 앱과 보험사는 고객의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첫달 보험료 캐시백·무료 가입 이벤트 등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것도 당장의 이익보다 양질의 고객정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니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해 고객의 이목을 끄는 마케팅 효과가 있는 데다 고객정보를 모을 수 있어 보험사엔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며 “보험업계가 꾀하고 있는 온라인채널 강화에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미니보험이 금융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저렴한 보험료로 각종 암과 미세먼지, 상해사고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문제는 보장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보장금액도 많지 않아서다.

적은 보장금액 독 될 수도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간암의 평균 치료비는 6622만원에 달했다. 폐암(4657만원), 위암(2685만원), 대장암(4254만원), 유방암(1768만원) 등 적지 않은 치료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니보험의 보장금액은 진단비·수술비 등이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가입 연령을 제한하거나 보장기간이 짧은 상품도 많다. 미니보험만 믿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 등 맞춤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장금액은 물론 위험보장에 충실한 상품인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실제로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할 경우 보장금액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니보험을 출시한다고 보는 게 맞다”며 “보험사는 절대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은 출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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