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석의 Branding | 테슬라 쇼룸 체험기

‘자동차계의 애플’ ‘바퀴 달린 스마트폰’ ‘가장 혁신적인 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이런 열기를 느끼기 쉽지 않다. 좀처럼 테슬라 차를 접하기 어려워서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쇼룸을 방문하길 권한다. 이곳은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또는 ‘가게’와는 많이 달랐다. 딜러도, 흥정도, 과하기 짝이 없는 자랑도 없었다. 

테슬라의 쇼룸은 화려하기만 한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전시장과 달리 전기차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의 쇼룸은 화려하기만 한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전시장과 달리 전기차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차가 우리 삶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마주하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 곳곳에서도 전기차 충전소 안내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소음이 유난히 적고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가 도로 위를 다니는 일도 부쩍 잦아졌다.

이런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는 테슬라다. 설립된 지 16년밖에 안 된 이 회사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자동차 업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인데도 ‘모터스’라는 단어를 회사명에서 뺀 것에서도 자동차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여타 완성차 브랜드와는 여러 차별점을 드러냈다.

필자는 지난해 방문한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테슬라 쇼룸에서 이를 직접 체험했다. 테슬라 쇼룸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가 보통의 수입차 매장을 방문할 때를 떠올려보자. 문을 열자마자 포마드나 왁스로 매끈하게 쓸어 넘긴 머리, 빈틈 하나 없이 들어맞는 근사한 슈트, 큼지막한 오토매틱 시계로 무장한 딜러와 마주한다. 이들은 절도 있고 정중한 자세로 고객을 대하면서도 하나같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기 바쁘다. “고객에게 명품을 직접 팔고 있다”는 프라이드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매장은 또 어떤가. 크고 넓은 쇼룸엔 화려한 인테리어와 가구, 이에 걸맞은 매끈한 고가의 차가 위용을 자랑한다. 여름이라면 얼음이 가득 담긴 아메리카노 한잔을 얻어 마시는 것도 어렵지 않다. VIP 전용공간을 따로 두는 브랜드도 있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만족감과 소유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다.

테슬라 쇼룸은 이런 화려한 느낌과 거리가 멀다. 전시된 차량은 ‘모델X’ ‘모델S’ 뿐. 좌석과 외장을 뜯어낸 차체로 연료전지의 속을 드러낸 게 그나마 눈에 띄는 특징이다. 그간 테슬라가 출시한 모델이 몇개 되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화려하게 과시하는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수입차 매장과 차별화 성공

잘 빼입은 딜러도 없었다. 이는 테슬라의 판매 방식 때문이다. 테슬라는 모든 국가에서 딜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한다. 매장이나 온라인이나 가격이 똑같다. 딜러를 상대로 가격 흥정을 하는 광경도 테슬라 쇼룸에선 볼 수 없다.

대신 2명의 상주 직원이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다. 필자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이들의 의상이었다. 붉은색 반팔 라운드티와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에 단화를 신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손에는 아이패드가 들려있다. 단박에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지니어스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애플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스토어의 직원을 말한다.  

테슬라 쇼룸의 직원은 친근한 태도로 고객을 대했다. 캐주얼한 복장 덕에 고객의 심리적 저항감도 적었다. 필자와 직원이 전기차의 작동방식을 두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차를 팔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아닌, 전기차를 체험하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테슬라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었다. 방문객과 충분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다.

이후 필자는 매장을 한번 더 방문했다. 밀도 있는 상담을 받고 싶기도 했고, 시승 경험도 궁금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직원 손에 들린 아이패드였다. 차와 동기화된 아이패드에서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 등 다양한 차량 정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 역시 차의 장점을 구구절절 쏟아내지 않았다. 그저 아이패드 화면에 보이는 여러 항목들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시승차인 ‘모델S’의 외관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필자는 운전석과 보조석 가운데 놓인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에 더 눈길이 갔다. 그 화면에 표시되는 GPS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아우르는 통합시스템 역시 흥미로웠다. 테슬라의 스마트 주행시스템인 오토파일럿엔 기술적인 한계가 보였지만, 그럼에도 테슬라의 미래를 기대하기엔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테슬라 쇼룸의 가치

한편에선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다. “차값이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너무 성의 없는 대접 아니냐.”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허례허식을 없애고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테슬라의 전략은 충분히 통했다. 애초에 테슬라의 미래 전망이 밝은 것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다르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한 덕분 아닌가.

기존 자동차 브랜드는 ‘가족’ ‘사랑’ ‘레저’ ‘프리미엄’ ‘야성미’ 등에 한정된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급급했다. 이 때문에 차는 운전자의 신분이나 계층을 암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반면 테슬라는 ‘친환경’ ‘생활 패턴의 변화’ 등을 브랜드의 미덕으로 앞세우고 있다. 200년 가까운 자동차 역사 중에서도 낯선 방식이다. 테슬라의 전망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지만, 필자는 이 회사의 쇼룸에서 그 잠재력을 엿봤다. 테슬라, 숱한 논란에도 지켜볼 만하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 더스쿠프 브랜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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