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험의 허와 실

미세먼지 보험이 금융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몇몇 보험회사가 출시한 미세먼지 보험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미세먼지를 앞세워 상품을 출시했지만 보장 내용과의 관련성이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보험업계가 미세먼지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미세먼지보험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보험업계가 미세먼지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보험업계가 미세먼지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보험업계가 미세먼지 관련 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매년 악화하는 미세먼지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3월 말까지 서울에 내려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경보일수는 17일에 달했다. 그중 15일은 초미세먼지 주의보, 이틀은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일수는 2015년 6일에서 올해 두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올 1분기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36㎍/㎥ 이상을 기록한 ‘미세먼지 나쁨’ 일도 33일을 기록했다. 올해 3개월 중 한달 이상은 미세먼지가 뒤덮인 날이었다는 의미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2011년 이탈리아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혈관질환 사망발생 위험이 9.55% 증가한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의 필요성이 덩달아 커졌다. 미세먼지 보험의 포문을 연 건 DB손해보험이다. DB손해보험은 2월 25일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미세먼지로 발생할 수 있는 편도염·축농증·급성 상기도염·인후질환·특정 후각질환 등을 보장한다.

흥국생명은 4월 5일 귀·코·호흡기 질환 등을 보장하는 ‘흥국생명 들숨날숨건강보험’을 시장에 내놓았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4월 8일 ‘토스(무)m미세먼지질병보험’을 출시했다.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호흡기관암·만성폐쇄성질환 등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보장한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 미세먼지 보험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미세먼지를 상품의 전면에 내세웠지만 기존 질병보험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세먼지와 보장질병의 인과관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는 미세먼지와 질병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련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는 걸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줄이 출시된 미세먼지보험

보험가입자에게 질병·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인人보험은 크게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으로 나뉜다. 미세먼지 보험은 질병보험에 속한다. 문제는 질병보험의 경우 발생 원인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시중에 나온 미세먼지 보험 중 약관에서 보험금 지급 사유를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라고 명시한 상품은 없다. 질병보험은 질환이 발생한 원인을 따지는 상품이 아니다. 상해보험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원인 등을 따져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질병 보험은 질병이 발생한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보험과 미세먼지 보험의 약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사의 핵심 보험상품 중 하나인 암보험도 암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 최근 관심을 받기 시작한 미세먼지 보험은 관련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해 전문보험이 나오는 건 쉽지 않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 미세먼지 관련 보험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보험이 보험사의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숱하다. 이는 보험의 보장 내용을 봐도 알 수 있다. DB손해보험의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은 안과질환 수술비(10만원), 호흡기관련질병·이비인후과질병 수술비(50만원) 등을 지급한다. 월 보험료가 1만원 미만이지만 납입기간이 최소 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다. 게다가 보장금액이 1000만원인 만성호흡기질환으로 보험료를 받기 위해선 ‘평지에서의 보행에도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흥국생명의 ‘들숨날숨 건강보험’의 이빈인후과질환과 후각특정질환의 수술비 보장금은 10만원이다. 월 보험료가 1500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보장 역시 크지 않았다. 월 보험료가 1만5000원 수준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무)m미세먼지질병보험’도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호흡기관암(보장금 1000만원)이 아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보장금액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미끼상품 오명

폐암 등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보장금액이 크지 않은 셈이다. 10만~50만원의 수준의 보장을 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느니 적금을 붓는 게 낫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남 목포대(보험금융학과) 교수는 “보험사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미세먼지 보험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보험이 다른 상품의 ‘미끼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미세먼지 보험은 보험사가 미세먼지를 향한 금융소비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출시한 전형적인 미끼상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험은 보장금액만큼이나 보장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며 “실손보험과의 중복가입 문제가 있는데다 미세먼지와 질병의 인과관계마저 부족해 배상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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