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IT 스토리] 금값 무선이어폰, 선 없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SCOOP IT 스토리] 금값 무선이어폰, 선 없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 이혁기 기자
  • 호수 337
  • 승인 2019.05.09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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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어폰 금값 논란

이어폰 시장에서 무선이어폰이 ‘대세’가 됐습니다. 선 없이 귀에만 꽂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편의성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젖히기에 충분했죠. 그런데, 무선이어폰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이 스마트한 기기의 가격이 수년째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다시 소비자만 봉이 된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무선이어폰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습니다.

무선이어폰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세가 되면서 가격 논란도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선이어폰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세가 되면서 가격 논란도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길거리에선 선이 없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활보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연결하지 않고도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받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무선이어폰이 어느새 소비자의 일상으로 파고든 셈입니다.

무선이어폰 시장의 포문을 열어젖힌 건 2010년 LG전자가 선보인 ‘톤플러스’입니다. 목에 걸어 쓰는 사용 방식은 이어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죠. 가격은 6만~15만원대로 싼 편이 아니었지만 소비자는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톤시리즈는 2015년 2분기에 전 세계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9월, 애플이 ‘에어팟’을 출시하면서 무선이어폰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에어팟은 흔히 ‘완전 무선이어폰’으로 불립니다. 유닛(소리가 나는 부분)끼리 연결돼 있는 기존 무선이어폰과 달리 이 제품은 모든 선을 없앴기 때문이죠. 사용 방법도 혁신적이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이어폰을 가볍게 두드리면 전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전용 케이스에 넣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것도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이 신상품에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일단 가격이 21만9000원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음향 성능이 비슷한 가격대의 유선이어폰만큼 뛰어난 것도 아니었죠. 이어폰 한쪽이라도 잃어버리면 완제품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불만이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에어팟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2016년 판매량은 170만대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17년에 1510만대, 2018년 3360만대가 팔리면서 2년 사이에 3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어폰에서 선을 완전히 없앤 애플의 과감한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입니다.

에어팟이 ‘대박’을 터뜨리자 경쟁업체들도 무선이어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7년 11월 ‘픽셀 버드’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3월 ‘갤럭시 버즈’를 선보이면서 에어팟 따라잡기에 나섰습니다. 애플도 3월 20일 ‘에어팟2’를 내놓으며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죠. 무선이어폰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4190만개였던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지난해 1억1170만개를 기록해 2년 사이에 2.6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있습니다. 바로 무선이어폰 가격입니다. 애플의 에어팟2 가격은 기본 19만9000원, 무선 충전 케이스가 포함된 모델은 24만9000원입니다. 기존 에어팟보다 아이폰 연동이 더 빨라지고 배터리 효율이 향상됐다지만 “별 차이도 없는데 가격마저 그대로”라는 소비자의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드도 ‘가성비’를 내세웠지만 가격은 15만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 아닙니다. 구글의 픽셀 버드도 159달러(18만6000원)에 달합니다.

한 이어폰 제조사 관계자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이어폰 제작은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면서 “무선이어폰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례로 중국의 이어폰 제조업체 큐씨와이(QCY)는 2만원대 무선이어폰을 출시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5만~6만원대 무선이어폰을 선보이고 있는데, 성능이 대기업 무선이어폰 못지않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무선이어폰을 강요하는 듯한 기업들의 정책도 가격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애플은 에어팟1과 같은 시기에 선보인 아이폰7에서 유선이어폰 단자를 없앴습니다. 유선이어폰을 사용하려면 아이폰7의 충전단자를 이어폰 단자로 변환해줄 젠더를 써야 했죠. 당시 애플은 아이폰7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젠더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이어폰 단자가 없는 스마트폰에서 유선 이어폰을 쓰려면 별도로 젠더를 구매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어폰 단자가 없는 스마트폰에서 유선 이어폰을 쓰려면 별도로 젠더를 구매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X 시리즈부터는 젠더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유선이어폰을 쓰려면 1만2000원을 주고 젠더를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애플에서 에어팟 사용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에 충분합니다.

中企 무선이어폰의 가성비

애플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은 픽셀 버드와 동시 공개한 스마트폰 ‘픽셀2’에서 이어폰 단자를 없앴는데, 이어폰 젠더 가격을 20달러(2만3400원)로 책정했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면서 뒤늦게 9달러(1만533원)로 인하했습니다. 올해 초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았던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에도 이어폰 단자는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단자를 없애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 제품 부피가 줄어들고 디자인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무선이어폰이 대세가 된 요즘, 고가정책을 고수하고 이어폰 젠더의 구매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기업들의 행보에선 소비자들을 ‘봉’으로 인식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 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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