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한장면❹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 저자 서리빈

‘혁신’ ‘도전’ ‘열정’ …. 스타트업과 밀접한 키워드다. 그래서인지 많은 창업가들이 혁신 아이템을 들고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런 열정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스타트업 역시 사업이고 사업의 본질은 돈을 버는 건데, 혁신만으로는 돈을 버는 게 어려워서다. 더스쿠프(The SCOOP) 전문기자인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가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의 저자 서리빈 포항공대 교수를 만나 이 난제의 해법을 들어봤다. 

서리빈 교수는 “창업자는 투자를 받기 전 투자자의 성격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서리빈 교수 제공]
서리빈 교수는 “창업자는 투자를 받기 전 투자자의 성격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서리빈 교수 제공]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으로 책을 쓴 계기가 무엇인가요.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도움 될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펀드레이징 관련 책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우려가 컸습니다. 스타트업에는 번뜩이는 아이템보다 중요한 게 펀드레이징 전략이거든요. 펀드레이징 없이 경영을 해나갈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으니까요. 결국 제가 집필에 나서게 됐습니다.”

✚펀드레이징은 투자유치를 뜻하는 말 아닙니까.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거치고 있는데요.
“펀드레이징의 목적은 단순히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과 투자자로부터 ‘이 사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검증받는 과정이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높일 수 있죠.
“스타트업엔 저마다의 혁신적인 아이템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템이 돈을 벌어다주는 건 아니죠.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이 아이템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펀드레이징을 이해한다는 건 곧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를 이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펀드레이징 전략의 핵심원칙으로 ‘투자자를 아는 것(Know Your InvestorsㆍKYI)’을 제시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펀드레이징은 창업가에게 가장 큰 좌절감을 안겨다 주는 일 중 하나입니다. 수개월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죠. 프레젠테이션과 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짧거나 긴 소개서가 담긴 수많은 이메일도 미리 준비해놔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히 준비한들, 정작 내 사업에 지갑을 열어주는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도 모른다면 투자유치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큽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많은 창업가들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데 주력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사업가입니다. 혁신기술을 홍보해도, 투자자 입장에선 귀 따가운 얘기에 불과하다는 거죠. 기술력만 믿고 자신만만하다가 큰코다치는 창업가가 많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자가 유형별로 다르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이유

✚어떻게 다릅니까.

“크게 엔젤투자자, 공공지원기관,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회사, 전략 투자자, 그리고 은행으로 구분됩니다. 이들은 속내가 제각각입니다. 가량 공공지원기관은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를 먼저 살핍니다. 전략투자자는 자사의 사업과 기술 지원을 1순위로 고려합니다. 은행은 안정적인 이자수익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죠. 이를 간과하고 투자유치에 뛰어든다면, 십중팔구 외면받을 게 뻔합니다.”

✚투자자의 성격을 파악하고 난 뒤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피칭’이라 불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회사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어필하는 시간이죠. 이때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는 겁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유와 근거가 나와야 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회사가 속한 시장의 치밀한 조사는 기본이죠. 더 나아가 판매채널이나 세일즈 전략을 언급해주는 것도 좋죠. 투자유치의 승부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갈립니다. 물론 이런 치밀한 준비에도 투자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왜 그렇죠?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냉철한 고수들입니다. 촌철살인 같은 질문으로 창업가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하고, 갈고 닦아 준비한 계획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리는 것도 이들에게는 간단한 일입니다. ‘왜 투자를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먼저 살필 겁니다. 창업가는 피칭을 할 때마다 이걸 꼭 염두에 둬야 해요. 방금 당신이 넘은 그 투자자의 문지방은 이미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들이 눈물을 흘리며 넘나들었던 곳이라는 걸요.”

✚이를 파악해 성공적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하면, 이제 안심이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업 상황에 따라선 투자받기 좋은 돈이 있는가 하면, 나쁜 돈도 있으니까요. 창업가도 투자자를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돈’과 ‘나쁜 돈’은 어떻게 구분하죠.
“대개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기에 앞서 ‘텀시트(Term Sheet)’를 제안합니다. 투자조건 제안서인데요. 이를 꼼꼼히 분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리스크를 바라보는 태도를 살펴야 합니다. 좋은 돈을 내줄 투자자는 리스크를 함께 줄일 방안을 텀시트에 담아두죠. 반면 나쁜 투자자는 자신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회피합니다.”

✚끝으로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가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요.
“창업가라면 창업 초기에 여러 일들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 때문에 펀드레이징을 가볍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펀드레이징엔 쉬운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것보다, 첫번째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일이 바로 펀드레이징이죠. 이런 각오와 다짐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생사는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