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과일에도 살이 찌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을 때의 얘기다. 다이어트 Q&A 시간을 별도로 할 것인가, 강연시간에 넣을 것인가, 협의 끝에 별도로 질의응답 시간을 강연 후 30분간 갖기로 했다.

체중 감량이 대중의 관심 분야라 강연시 많은 질문이 쏟아지지만, 질문 내용은 대개 비슷하고 그 유형도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필자가 애를 먹는 질문도 있다. 다름 아닌 지극히 개인의 욕구에 관한 것들이다.

술이 왜 건강에 해롭냐는 질문엔 답이 쉽지만, 어떻게 해야 음주나 흡연 욕구를 견딜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게다가 “야식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까지 던진다면 학문적 배움은 다소 무색해진다.

그중 한 여성이 던진 한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수박을 너무 좋아해 철이 되면 수박을 반통씩 먹습니다. 살이 찔까 걱정입니다.” 과일은 수분과 섬유질의 함량이 높아 밀가루의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질문을 찬찬히 뜯어보면, 과일이 살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과일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일명 당지수라 하는 GI지수(Glyce mic Index)를 살펴봄으로 알 수 있다.

GI는 공복 상태에서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탄수화물이 당으로 전환돼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비만과 상관관계가 높다. 보통 50 이하를 낮다고 하는데, 체리(22), 배(33), 딸기(40), 오렌지(42) 등이 낮은 당지수를 가진 과일에 속한다. 수분이 많긴 하지만 수박은 당지수가 72로 상당히 높아 비만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GI 지수는 단순히 입으로 느끼는 단맛으로 그 수치를 가늠해선 안 된다. 단맛의 고구마가 61인 반면, 상대적으로 당도가 덜한 감자는 평균 80을 넘기 때문이다.

GI 지수의 또 하나의 치명적 문제점은 음식에서 내뿜는 칼로리(열량)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량이 높은 돼지비계는 당지수가 형편없이 낮게 나온다. 그러므로 당지수의 높고 낮음은 비만을 논하는 하나의 요인일 뿐, 그것을 가지고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논해선 안 된다.

남는 또 하나의 개인의 욕구와 관련된 고민은 과자를 무척 즐긴다는 남성의 사례다. 방송 관련 일을 하는 40대 미혼남인데 술·담배를 하지 않는 대신 달달하고 바삭한 과자로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잊는다고 했다. 운동 부족과 늦은 밤에 과자를 즐긴 대가로 그의 뱃살은 넉넉하기 짝이 없었다. 과자남이 내게 자랑스레(?) 보여준 뱃살은 그에게 곰이란 애칭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애들도 아니고 그렇게 과자를 끊기가 힘듭니까?” 필자의 면박성 질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그는 고개를 젓는다. 비만을 유발하는 다양한 습관과 고민은 다음호에 좀 더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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