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수수료 논란 집약된 대림산업 내부문건

대림그룹 오너가 호텔 브랜드 상표권을 개인회사 명의로 등록해 수수료를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를 ‘통행세’로 판단하고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계에선 “상표권자가 수수료를 받는 게 문제가 되느냐”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대림산업 내부문건에 따르면 공정위의 판단은 옳았다. 대림그룹 호텔사업팀은 오너 일가 회사(APD)에 수수료를 내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더스쿠프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글래드 호텔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대림그룹이 운영 중인 메종 글래드 호텔.[사진=뉴시스]
더스쿠프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글래드 호텔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사진은 대림그룹이 운영 중인 메종 글래드 호텔.[사진=뉴시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검찰에 고발된다. 자신과 아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회사에 호텔 브랜드 수수료를 몰아준 게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대림그룹은 2014년 12월 여의도사옥을 허물고 만든 ‘여의도 글래드(GLAD) 호텔’을 시작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때 자체 호텔브랜드인 ‘글래드’를 적용했는데, 이 브랜드의 상표권은 2013년 1월 에이플러스디(APD)라는 회사가 출원한 것이었다. 당시 APD는 이 회장과 그의 장남인 이동훈씨가 각각 55%, 45% 보유한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였다.


호텔운영은 대림산업의 자회사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주도했다. 오라관광은 AP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상표권 수수료를 지급했다. 제주 메종글래드호텔, 서울 글래드라이브 강남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오라관광은 APD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냈다.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오라관광이 APD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31억원. 공정위는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APD가 글래드 브랜드를 소유하면서 일종의 ‘통행료’를 받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이 오너일가 개인 회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시스]
공정위는 대림산업이 오너일가 개인 회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해욱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시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직 검찰 고발장을 받은 상황은 아니다”면서 “추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도 이 회장의 처벌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가 있었다. 오너 일가가 상표권 수수료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건 재계에서 해묵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회사가 그룹 상표권을 소유하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는 대기업 그룹사에선 흔한 일이다.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이 적정성을 따지는 게 어려운 만큼 그룹마다 책정한 수수료율도 제각각이다. 

당연히 불법이 아닐 공산도 크다. 상표법에선 상표권을 가진 자에게 수수료를 징수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마케팅의 핵심인 시대인데 이름값을 내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호텔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브랜드도 브랜드 나름이라는 것이다. 호텔 브랜드는 유난히 ‘실적’과 직결된다. ‘로열티 프로그램’ ‘예약 시스템’ 등 해당 브랜드가 구축한 자산이 호텔 매출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 경영과 운영의 노하우를 비원받을 수도 있다. 휘황찬란한 시설을 갖춘 수많은 독립호텔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내면서도 글로벌 호텔체인에 가입하는 이유다.

브랜드 수수료 왜 문제 됐나

글로벌 대형호텔 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제 막 발을 뗀 독립호텔의 오너는 상표권 계약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대형 브랜드의 명찰을 빌리면 그들이 보유한 예약시스템, 멤버십 등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30~40%의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상표권 수수료도 이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호텔 소유주는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 역량, 계약기간의 유연성 등을 두고 신중하게 계약을 고민한다.” 이런 점에서 ‘글래드’는 브랜드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대형호텔 임원은 말을 이었다. “2014년 당시 이 브랜드에 수수료를 지불하라고 하면 코웃음을 칠 호텔 오너가 수두룩했을 것이다.” 

오너 일가가 만든 ‘가치 없는 브랜드’로 계열사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했다면 공정위가 주장하듯 ‘통행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이럴 경우 불법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래드’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림그룹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글래드라이브 리퍼럴 체인 가입 검토’ 문건을 보자. 이 문서는 개관을 앞둔 ‘글래드라이브’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담겼다. 대림산업의 계열사 오라관광이 2016년 5월 작성했다.

오라관광의 내부 문건. “APD 글래드 브랜드 사용료 지금이 지급이 부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라관광의 내부 문건. “APD 글래드 브랜드 사용료 지금이 지급이 부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로벌 브랜드 제휴를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인지도, 세일즈ㆍ마케팅 채널, 리워드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생소한 로컬 브랜드에 대한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소란 로컬 브랜드는 글래드를 뜻한다. 

내용을 이어 살펴보자. “독립호텔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호텔 멤버십인 ‘스타우드 프리퍼드게스트(SPG)’와 연동이 가능한 ‘디자인호텔스’에 가입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디자인호텔스에 브랜드 수수료를 주면서도 동시에 APD에 글래드 브랜드 수수료를 지급하는 건 부담이다. APD 글래드 브랜드 수수료를 일정기간 감면받을 필요가 있다.”

쉽게 풀어보자. 글래드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하니 다른 글로벌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자는 거다. 제휴 방식은 ‘리퍼럴’을 선택했다. 이는 다른 독립호텔들과 연합해 공동 마케팅, 예약서비스 일원화, 공동 브랜드 구축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되, 경영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제휴 시스템이다. 일반 대형 호텔 체인과 계약을 맺는 것보다 구속력이 덜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디자인호텔스’는 이 리퍼럴 제휴의 대표 플랫폼이다. 앞서 여의도 글래드 호텔 역시 같은 멤버십에 가입했다. 디자인호텔스에 가입하면 이 플랫폼의 예약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고, 객실 업그레이드ㆍ항공편 이용 등에 쓸 수 있는 스타우드 프리퍼드게스트(SPG) 혜택도 받는다.

“이중 브랜드 수수료 부담”

문제는 이중으로 발생하는 브랜드 수수료였다. 리퍼럴 제휴에 따른 브랜드 수수료와 APD에 지급하는 글래드 브랜드 수수료를 동시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호텔 운영에 부담이 되는 만큼, 이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오라관광의 분석이었다. 더구나 글로벌 브랜드인 디자인호텔스에 내는 수수료(연 8억원)보다 신생 브랜드 글래드에 내는 수수료(연 14억원)가 더 비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독립호텔들은 보통 각자의 브랜드 상표권을 본인들이 갖고 있기에 리퍼럴 제휴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서 “양쪽에 동시에 막대한 수수료를 내는 호텔은 보기 드문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대림산업 호텔들은 ‘글래드’란 신생 브랜드를 쓰기 위해 막대한 수수료를 냈고, 이는 오너일가 개인회사 지갑에 들어갔다. 이해욱 회장과 대림그룹의 모럴해저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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