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ㆍ신도시ㆍ아파트 공화국의 명암

수도권에 베드타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고할 시점이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수도권에 베드타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고할 시점이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또 신도시 건설이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7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중소 규모 택지 개발지구를 제외한 면적 330만㎡(약 100만평) 이상 3기 신도시만 5개다. 여기에 2기 신도시 10개, 1기 신도시 5개를 더하면 수도권 신도시는 20개에 이른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은 이제 ‘서울 공화국’을 넘어 ‘수도권 공화국’이자 ‘신도시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목적은 서울 아파트값 가라앉히기다.

시작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었다. 당시 3저(저금리ㆍ저물가ㆍ원화약세) 호황과 서울올림픽 특수, 베이비부머 세대 결혼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이 치솟았다. 서울 반경 20㎞ 안팎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개 신도시에 주택 28만여채가 건설됐고, 입주가 시작된 1991년부터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2기 신도시 개발 배경도 1기 때와 비슷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택공급이 줄었는데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집값이 올랐다. 판교ㆍ동탄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2008년 말 집값이 진정됐다. 2기 신도시는 서울 접근성과 인프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성남 판교 등은 인기가 높은 반면 파주 운정과 양주 옥정 등은 여태 주택용지가 다 팔리지 않았다. 공급이 넘치면서 미분양도 나타났다. 수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리면서 부동산시장을 자극했다. 신도시 건설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며 신도시 무용론이 제기됐다.

2017년 하반기부터 서울 집값이 뛰자 문재인 정부도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2기 신도시의 실패를 의식한 듯 서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광역급행철도(GTX)ㆍ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급물량 투하로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신도시 건설 확대는 적지 않은 문제점과 한계를 노출한다. 2022년까지 인구와 일자리의 50% 이상을 지역에 배치하겠다며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한 정부가 수도권에 주택공급과 교통 인프라를 집중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미 국토의 12%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위치한 상태다. 인구가 계속 줄어 지방소멸 위험까지 느끼는 판에 비수도권 주민의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다. 신도시 주택공급이 반드시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정부 의도와 달리 무주택 서민은 엄두도 못내는 비싼 분양가로 책정돼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현금부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96%, 수도권 보급률도 98%를 넘어섰다. 대부분 다주택자인 민간 임대사업자가 42만명, 이들이 보유한 등록임대 주택이 140만채다.

이런 판에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은 토지를 수용해 택지를 개발하는 공기업과 여기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주택건설업자, 아파트를 분양받은 소수만 개발이득을 보는 데 그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 추세를 면밀히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선 수도권 신도시에 빈집이 늘면서 유령화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존 노후주택에 대한 재건축ㆍ재개발을 포함한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3기 신도시 또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첨단산업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스타트업ㆍ벤처 밸리 등 신산업단지 조성은 기업과 연구소가 집적될 때 가능하다. 정부가 광역교통망 개선대책을 함께 내놨지만, 주거단지 개발과 GTXㆍ지하철 등 교통망 구축에는 몇년의 시차가 따른다.

수도권에 베드타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고할 때가 됐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은 신도시 건설을 통한 수평적 확장에서 도심 재개발을 통한 수직적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고밀도ㆍ초고층 도심재생 사업으로 주거와 상업ㆍ업무ㆍ문화가 어우러진 콤팩트 시티를 구현한다. 우리도 이제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을 고려하자. 이 길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길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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