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성분 변경 … 코오롱, 알았나 몰랐나
인보사 성분 변경 … 코오롱, 알았나 몰랐나
  • 고준영 기자
  • 호수 337
  • 승인 2019.05.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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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성분 변경 은폐했나

지난 4월 핵심 성분이 바뀐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인보사 사태가 또다른 국면을 맞았다. 2년 전인 2017년 3월 임상시료를 위탁생산한 업체가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것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몰랐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몰랐을 수도 있다. 문제는 가장 먼저 알았어야 할 코오롱만 몰랐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무지 끝나지 않는 인보사 논란을 취재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는 받았지만 내용은 몰랐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제품명 Invossa-K Inj)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2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이렇게 답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애초 주장에 따르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처음 안 건 올해 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계열사이자 인보사의 원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중에 인보사의 일부(2액)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연골유래세포→293유래세포)을 발견했고,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에도 알렸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인보사도 성분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1999년 인보사 개발을 본격화하고, 2006년 임상시험을 시작한 뒤, 2017년 인보사를 판매하기 시작했음에도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의혹이 불거졌다. 단초는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타나베가 제기한 지적이었다. 미쓰비시타나베는 2016년 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의 기술수출계약을 통해 ‘인보사의 일본 내 개발ㆍ판매 권리’를 사들인 곳이다. 이 제약사는 이듬해인 2017년 12월 해당 계약을 취소하고, 현재 코오롱생명과학과 계약금(25억엔) 반환 여부를 놓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타나베는 최근 인보사의 성분 변경과 관련된 내용을 계약취소 사유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말이 성립하려면 계약을 취소한 2017년 12월 이전에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참고 : 미쓰비시타나베는 ‘코오롱티슈진이 임상시료 생산처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걸 알리지 않았다는 점’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은 클리니컬 홀드 레터(임상 준비가 완료되기 전까지 임상을 금지한다는 내용)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코오롱생명과학과의 계약을 취소했다.]

2년 전에 확인된 인보사 성분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코오롱티슈진이 낸 공시가 의혹을 키웠다. 공시 내용을 요악하면 이렇다. “코오롱티슈진의 임상시료 위탁생산업체가 2017년 3월 STR검사(유전학적 계통검사)를 통해 인보사 2액의 성분이 293유래세포인 것을 알았고, 생산에 문제가 없어 생산한 사실이 있었다.” ‘2액의 성분이 293유래세포인 것을 알았다’는 뜻은 당초 연골유래세포였어야 할 인보사의 성분이 293유래세포로 변경된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것을 처음 인지한 시점은 2017년 3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인보사를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9월보다 6개월여 앞선 시점이다.

만약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서도 고의로 은폐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일부에선 “2017년 STR검사를 통해 성분이 바뀐 걸 알았다는 사실을 지적한 건 코오롱이 아닌 일본 제약사”라면서 “외부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코오롱 내부에서 몰랐을 리 없다”고 꼬집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STR검사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받았다고 해서 그 내용을 다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렇게 반박했다. “미쓰비시타나베가 2017년 인보사의 STR검사 결과를 알게 된 건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과거에 받은 자료를 살펴보고 나서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부터 이 내용을 계약취소 사유로 들었을 것이다. 코오롱티슈진도 미쓰비시타나베의 지적 이후에 자료를 확인하고 알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든 코오롱티슈진이든 이 중요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미쓰비시타나베에 자료를 넘겨줬을 리 없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무엇보다 코오롱티슈진이 올해 초 미 FDA의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STR검사를 받을 만큼 성분 확인은 중요하다. 성분이 바뀌었다는 건 더욱 중대한 사안이다. 올해 실시한 STR검사 결과를 받아든 코오롱티슈진이 곧장 임상을 중단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2017년 진행된 인보사의 STR검사 결과만 몰랐다는 코오롱 측의 주장은 아이러니하다. 

사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정말 몰랐다고 해서 그 책임의 무게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은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100명가량이 모였지만,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가 총 37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인원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만에 하나라도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이상신호가 감지된다면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미쓰비시타나베 외에 코오롱생명과학과 기술수출계약을 맺은 먼디파마 K.K(미국 제약사 먼디파마의 일본법인)도 앞서 지급한 계약금에 질권을 설정했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판매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거나 미 FDA가 중단된 임상시험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먼디파마 K.K로부터 받은 계약금 150억원가량을 뱉어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2월 미국에서 임상 중인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국내에서도 인보사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달여 뒤인 지난 3일, 인보사 성분이 바뀐 게 처음 확인된 건 2017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의 대답은 “몰랐다”였다.

2년 전 인보사의 성분을 검사한 것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아차린 것도 코오롱이 아니다. 국내에서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받을 때, STR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소명한 것도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알 기회는 많았다. 알려고 하지 않은 건 코오롱생명과학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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