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상담 上

여기 40대에 오피스텔 두채를 갖게 된 부부가 있다. 맞벌이 소득에 월세수입까지 있으니 주변에선 “벌써 노후 준비가 끝났다”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재테크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빚까지 내서 오피스텔을 샀건만 부부는 최근 시세 하락의 쓴맛을 봤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실전 재테크 Lab’ 27편 첫번째 이야기다.

소득이 갑자기 불어난 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무리하게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소득이 갑자기 불어난 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무리하게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현세(45·가명)씨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집을 마련했다. 8년 전 아버지가 별세하면서 주택(경기 시흥시 정왕동)을 물려받았다. 월세 아파트에서 살던 이씨는 아버지의 집을 팔아 곧바로 근처 아파트(경기 시흥시 정왕동·당시 시세 2억500만원)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2015년 부부는 안산시의 빌라에 전세(7500만원)로 이사했다. 아내 박현숙(43·가명)씨가 해당 지역으로 발령 받아서였다. 새 거주지의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셋집을 구한 거였는데, 이게 되레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셋값을 내고 남은 목돈(1억3000만원)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부부는 경기 시흥시 목감동에 오피스텔 2채(1억3000만원·1억2000만원)를 매입했다. “지하철 신안산선 개발 호재와 맞물려 목감지구가 돈이 될 것”이란 분양사의 말을 믿었다. 부족한 돈은 대출(1억2000만원·10년 상환)을 받아 해결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두 오피스텔에서 걷는 월세는 각각 50만원(보증금 각 1000만원)으로 제법 쏠쏠하다. 이씨는 “나중에 가격이 크게 오르면 팔아서 연금처럼 쓰려고 한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아내 박씨는 “여전히 미래가 걱정된다”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목감지구 오피스텔 시세가 오랫동안 정체기를 겪고 있어서다. 얼마 전 시세가 소폭 하락했을 때는 아찔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부동산을 팔아 노후를 준비하려는 부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더구나 ‘부동산 불패’를 믿는 부부는 저축을 전혀 하지 않는다. 현금자산은 700만원이 전부다. 올해 들어 ‘고령화 저출산’ ‘국민연금 고갈’ 등의 뉴스가 부쩍 늘어난 것도 박씨의 불안감을 키웠다. 자녀 교육비의 걱정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부부는 결혼 후 한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 시험관 시술을 받아 어렵게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자녀들의 나이가 같다 보니 한순간에 껑충 뛰어오르는 교육비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올해 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벌써부터 월 교육비가 120만원에 이른다. 저축용 자금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한 박씨는 남편을 설득해 재무상담을 받기로 했다. 

부부의 재무구조를 살펴보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부부의 직장 수입은 월 689만원으로, 남편이 375만원, 아내가 314만원을 번다. 여기에 오피스텔 월세 100만원을 더하면 총 소득은 789만원이 된다. 다음은 부부의 지출 흐름표다.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공과금에 30만원씩 낸다. 휴대전화 요금제·인터넷·TV 등 통신비로는 22만원이 빠져나간다.

생활비로는 145만원씩 지출한다. 언급했듯 두 아들의 교육비는 120만원이다. 교통비·유류비로는 55만원을 낸다. 보험비는 총 75만원이다. 부부는 용돈으로 각각 40만원씩 쓰고, 맞벌이 부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박씨 어머니에게 30만원을 드린다. 여기에 월 103만원의 대출상환금을 더하면 소비성 지출은 총 660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경조사비(월 20만원), 의류비·미용비(50만원), 보험·세금·정비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 비용(29만원), 여행비(30만원) 등 129만원이다. 부부는 월 소득(789만원)을 남김없이 모두 쓰고 있었다.

40대는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기다.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 수입이 늘어나면서 40대 직장인들은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꿈을 위해 투자를 실천한다. 이에 반해 이씨 부부는 우연찮은 일로 인해 남들보다 일찍 목표에 다다랐다. 월세라는 부수입도 생겼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지출 규모를 늘리면 장밋빛 노후는 물론 기하급수로 불어날 자녀 교육비도 준비하기 어려워진다. 잉여자금이 없는 이씨 부부도 확실한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였다.

먼저 공과금(월 30만원)부터 곧바로 줄여보자. 현재 이씨 부부가 사는 빌라는 규모가 꽤 작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관리비(월 2만원)도 적게 나온다. 공과금 내역을 살펴보니 다소 과한 도시가스비(13만원)가 눈에 띄었다. 손주들 건강을 걱정한 박씨 어머니가 항시 보일러를 켰던 게 원인이었다. 일단 겨울철이 지났으니 도시가스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부도 보일러 사용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온수 사용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작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과금은 30만원에서 23만원으로 7만원 감소할 것이다.

다음은 통신비(22만원)다. 휴대전화 할부금도 없는데 지출 규모가 적지 않다. 알고 보니 부부는 3년 전 출시된 휴대전화 요금제(월 8만원)를 비롯해 오래된 TV·인터넷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맞벌이인 데다 쌍둥이 육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최신 요금제로 갱신하는 걸 잊은 탓이었다. 부부는 저렴하면서도 혜택이 비슷한 4만원대(2년 약정 기준) 최신 휴대전화 요금제로 각각 변경했다. 인터넷·TV도 결합요금제로 가격을 낮췄고, 통신비는 22만원에서 12만원으로 10만원 절감됐다.

마지막으로 교통비·유류비(55만원)다. 부부의 회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럼에도 교통비 지출이 많은 이유를 물어보자 이씨는 “잦은 음주로 교통비의 3분의 1 정도를 대리비로 쓴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앞으로 술자리가 있는 날에 차량을 집에 미리 두기로 했다. 교통비·유류비는 55만원에서 35만원으로 20만원 줄었다.

이것으로 1차 상담이 끝났다. 이씨 부부는 간단한 지출 줄이기로 공과금(7만원)·통신비(10만원)·교통비(20만원) 등 총 37만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노후 준비·교육비 마련)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부부의 지출 지표엔 보험료·생활비 등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넘쳐난다. 어떻게 하면 지출 다이어트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