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 슈퍼콘 딜레마

지난해 4월, 빙그레는 4년짜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슈퍼콘’이었다. 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대표 제품이 없던 빙그레의 승부수다. 빙그레는 워너원ㆍ손흥민을 모델로 세우며 인지도를 높이고자 애썼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치를 밑돈다. 

빙그레는 '슈퍼콘' 광고 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섭외해 크게 화제를 끌었다.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는 '슈퍼콘' 광고 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섭외해 크게 화제를 끌었다. [사진=빙그레 제공]

2014년, 빙그레는 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완벽한’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2000만개의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폐기됐다. 새 공정 도입 등 아이스크림 제조 40년의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해 4월, 빙그레는 프로젝트의 결실을 세상에 내놨다. ‘새로운’ ‘혁신적인’ 등의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제품은 뜻밖에도 콘 아이스크림, ‘슈퍼콘’이었다.

빙그레는 ‘메로나’ ‘투게더’ ‘더위사냥’ 등 많은 장수 브랜드를 가졌지만 유독 콘 아이스크림 시장에선 고전했다. 빙그레가 “마땅한 대표 제품이 없다”고 밝힐 정도다. 2001년 출시한 ‘메타콘’이 있었지만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빙그레가 ‘슈퍼콘’ 개발에 무려 4년이라는 연구기간과 1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이유다. 

빙그레는 기존 메타콘까지 단종하면서 슈퍼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광고 모델로 아이돌 그룹 ‘워너원’에 이어 업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손흥민 선수까지 내세웠다.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빙그레가 콘 아이스크림 하나 출시하는 게 무슨 대수냐’라고 할 수 있지만, 빙그레로선 빙과업계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낼 수 있는 묘수다. aT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제조사 판매점유율은 롯데제과 26.7%, 빙그레 24.3%다(2017년 4분기 제조사 매출 기준). 슈퍼콘이 무사히 안착한다면 빙그레는 롯데제과의 점유율 차이를 좁히고 순위 변동까지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슈퍼콘의 실적은 기대치를 한참 밑돈다. 출시 이후 1년간 매출은 100억원에 그쳤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콘 아이스크림 시장 1위 ‘월드콘(롯데제과ㆍ연매출 850억원대)’이나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연매출 550억원대)에 위협을 주지 못했다. 빙그레 측은 “출시 1년차에 연매출 100억원이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입한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효과가 약한 편”이라며 “슈퍼콘은 아직 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슈퍼손’ 후광이 사라지면 지금의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콘으로 승부수를 걸었던 빙그레는 웃을 수 있을까. 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빙그레에 시장은 아직 춥기만 하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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