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은 수두룩
홍보만 하고 관리는 없어
서울시 청년정책 괜찮나

# “‘꿈꾸는 청년가게’ 1년간 매출액 5억원 달성.” 2012년 4월 6일 서울시가 낸 보도자료다. 당시 자료엔 다음과 같은 자찬自讚이 가득하다. “백화점 입점, 국내외 바이어상담 줄이어” “향후 매년 1개소씩 늘려 총 5개소 설치 예정” 등등. 하지만 ‘꿈꾸는 청년가게’는 명동점(2호)을 개점한 뒤 조용히 사라졌다. 뼈아픈 실패였다. 

# “역세권 청년주택 이르면 2017년 말부터 공급될 것.” 2016년 9월 1일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다. 이 계획은 6개월 만에 “2020년 상반기 준공”으로 수정됐다. 아직 지어진 ‘역세권 청년주택’은 없다. 사업부서별로 청년임대주택 홍보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미 공급됐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 “서울시, 청년일자리+문화콘텐트 ‘서커스’ 활성화 모색.” 2016년 6월 9일 나온 보도자료다. 캐나다에서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도 서커스 한번 활성화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데서 비롯된 자료다. 그 이후 서울시 곳곳에선 실제로 서커스가 적잖게 열렸다. 하지만 청년일자리와 연계된 서커스는 거의 없다. 

# 서울시가 가장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청년정책’이다. 박원순 시장의 초점이 청년에 맞춰져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박원순 시정市政의 청년정책은 많고, 성과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도 숱하다. 하지만 그 정책 중엔 실패한 것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많다. 사업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시류에 편승했거나, 시장을 몰랐거나… 이유는 제각각이다. 

문제는 서울시의 태도다. 청년사업이 깜짝실적을 올리면 홍보하기 바쁘지만, 실패하면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되면 가고, 안되면 멈춘다는 건데, 뼈아픈 복기 과정도, 냉정한 모니터링 절차도 허술하다. 민간기업에서 이렇게 일처리를 했다면 어찌됐을까 궁금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서울시 청년정책 제대로 가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 청년정책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정책들이 제 성과를 낸다면 청년들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정책들이 제 성과를 낸다면 청년들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박원순 시정’이 가장 집중했던 것 중 하나는 ‘청년’이다. 2015년 청년을 위한 장기종합계획을 수립했고, 다양한 청년사업을 만들어냈다. 서울시 청년청에 따르면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희망두배 청년통장, 뉴딜 일자리, 청년 대상 직업훈련,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청년 채용 지원, 청년 창업 지원 등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청년사업만 21개(2018년 기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업은 더 많다. 지난해 이 청년사업들에 투입된 예산만 해도 2170억원에 이른다. 지난 3월엔 ‘서울시 청년자치정부’까지 출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제 서울 청년은 청년자치정부를 통해 직접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짜고, 집행을 한다. 청년정책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 청년의 삶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14년을 기점으로 서울시의 연평균 청년실업률(통계 특성상 20~34세)이 전국 평균치를 넘어선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청년실업률 전국 평균치는 9.8%, 서울시는 10.4%였다. 청년취업자 수는 2014년 154만명에서 지난해 143만2000명으로 줄었다. 물론 이를 정책 실패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청년층이 감소했고, 그 때문에 취업자 수가 줄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서울시가 침이 마르게 홍보했던 청년사업들이 어떤 성과를 냈고, 현주소는 또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사업을 추진했고,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감한 청년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감한 청년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먼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부터 보자. 역세권 청년주택은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2016년에 발표됐다. 하지만 공급이 완료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단 1채도 없다. 일러야 2020년 1호가 공급될 계획이다. [※참고 : 물론 다른 담당 부서에서 이름을 달리한 사업을 통해 공급된 청년주택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진행이 더딘 이유를 “사업자들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면서 참여를 꺼려서”라고 말했다. 사업성 자체를 검토하지 않은 채 플랜부터 내놓은 후유증이다. 

청년창업가들의 판로를 지원하겠다면서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신촌과 명동에 개점한 ‘꿈꾸는 청년가게’는 초기의 폭발적인 홍보와는 달리 2016년과 2017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현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도 찾기 어렵다. 담당조직은 사라졌고, 해당 사업의 성과분석은 이뤄지지 않아서다. 

‘청년활동지원 사업’은 ‘졸업 후 2년이 경과한 미취업 청년(만19~34세)에게 3~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2016년에 시작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지원 사업(취업성공패키지, 청년활동구직신청자 등)에 참여하고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말하자면 청년활동지원 사업은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는 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 청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이 된 셈이다.

일정액수ㆍ기간 내에서 저축을 하면 근로장려금을 붙여 만기 시 저축액을 두배로 돌려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신청을 해서 당첨만 되면 그야말로 로또다. 하지만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서류ㆍ면접 경쟁 방식으로 수혜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신청자는 “절차를 보면 통장을 만들기 위해 내가 가난하다는 걸 광고해야 하는 식”이라면서 “아무리 돈 받는 사람이 참아야 한다지만 이 역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했던 ‘청년몰’ 사업처럼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원한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 사업은 2016년에 시작했다가 이듬해에 종료됐다. 임대료 지원이 끝나면 폐업하는 청년상인들이 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빈 점포가 나오는 건 이미 죽은 상권이라는 건데 그런 곳에서 청년상인을 육성한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사업 신설보다 중요한 건 관리

‘아르바이트청년 권리지킴이’ 사업은 황당한 사업에 속한다. 이는 2016년 아르바이트청년에게 갑질을 하는 점주의 문제 때문에 등장한 사업으로 현장의 불합리한 처우 발굴, 개선이 주 업무였다. 비교적 호평을 받았지만 뜻밖에도 1년 만에 종료됐다. 권리지킴이 활동을 하는 이들이 서울시의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근로감독관 보조업무를 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서울시의 청년사업은 모니터링해볼 만한 게 많다. 몇가지 사업만 검토했음에도 논란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의 태도다. 청년사업이 잘 된다 싶으면 보도자료를 통해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하지만 잘 안된다 싶으면 소리소문 없이 해당사업을 없애느라 바빴다. 서울시가 청년창업가들을 육성할 때 그토록 강조했던 “실패를 통해 배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실패 없이 사업을 펼치는 건 어렵다. 문제는 실패 그 이후다. 철저한 사후모니터링을 통해 실패의 문제점을 복기하고 개선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금 어떤가. 서울시 청년의 진짜 괴로움이 보이는가. 
김정덕ㆍ이지원ㆍ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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