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청년가게, 소리소문 없이 접었다
꿈꾸는 청년가게, 소리소문 없이 접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38
  • 승인 2019.05.1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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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청년가게의 현주소 

청년을 위한다면서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서울시의 청년사업은 숱하게 많다. ‘꿈꾸는 청년가게’는 그중 하나다. 청년창업가들이 만든 제품의 판로를 개척해주겠다면서 떠들썩하게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이 사업이 폐지됐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 청년정책을 다시 살펴봤다. 그 첫번째, 꿈꾸는 청년가게다. 

청년창업가들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등장한 ‘꿈꾸는 청년가게’는 혈세만 잡아먹고 사라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청년창업가들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등장한 ‘꿈꾸는 청년가게’는 혈세만 잡아먹고 사라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꿈꾸는 청년가게’를 아는가. 서울시는 2009년부터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챌린지 1000 프로젝트로 변경)’를 통해 청년창업가들을 발굴ㆍ육성했다. 내친 김에 제품 판로도 개척해주기로 했다.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 제품들을 전시ㆍ판매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오프라인 점포가 바로 ‘꿈꾸는 청년가게’다. 

풋풋한 청년창업가들의 판로를 개척하는 판매장인 만큼 서울시는 확실한 마케팅이 필요했다. 결국 사람들이 늘 북적대는 신촌, 그중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연세대 앞 대로변(현대백화점 신촌점 맞은편)에 점포를 냈다. 2011년 4월의 일이다.[※ 참고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꿈꾸는 청년가게’는 박원순 시장이 이어받아 확대개편됐다.]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당시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꿈꾸는 청년가게’는 개장 100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1년 새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점포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듯했다. 이듬해 온라인에도 매장(디엔아이몰)이 생겼고, 꿈의 상권인 명동에 2호점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꿈꾸는 청년가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왜일까. 서울시로부터 ‘꿈꾸는 청년가게’를 위탁운영해온 서울산업진흥원(SBA)의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꿈꾸는 청년가게’는 점포별 임대차계약 만료에 따라 2016년(명동점)과 2017년(신촌점)에 각각 운영이 종료됐다. 서울시의회에서 ‘비용 대비 효율성을 높이고, 판로를 다각화할 수 있도록 운영을 개선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점포를 없애는 대신 더 많은 기업을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고자 다양한 온라인 판로지원 방안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이 주장은 황당한 구석이 많다. 기존에 있던 온라인 매장 ‘디엔아이몰’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온라인 판로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슨 온라인 판로를 지원하는지 묻자 “오픈마켓 입점 등을 지원한다”고 했다. 판매자가 제품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되는 오픈마켓에서 무슨 지원을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사업은 실패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실패의 이유를 뼈아프게 찾지 않으면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이 사업은 서울시민의 혈세로 진행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꿈꾸는 청년가게’를 사후모니터링한 흔적이 전혀 없어서다. 

더스쿠프가 ‘꿈꾸는 청년가게’가 운영된 시기의 매출 서울시에 자료를 요청하자, 서울시 담당자는 “따로 집계한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명동점을 냈던 2013년만 해도 서울시는 “‘꿈꾸는 청년가게’ 신촌점의 누적 매출은 8억원이 넘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사업 1년 만에 5억원 매출 달성”이라는 홍보자료도 적극적으로 배포했다. 사업이 잘됐을 땐 자화자찬을 위해 매출을 공개하더니, 사업이 진통을 겪자 매출집계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꿈꾸는 청년가게가 '챌린지 1000 프로젝트(청년창업 지원사업)'로 발굴된 청년 스타트업의 든든한 판매처로 적극 활용될 만큼 적지 않은 예산(다른 사업과 예산이 묶여 있어 산출 불가)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다. 

꿈꾸는 청년가게의 실패 원인은 사실 뻔하다. 시장조사는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좋은 상권에 점포부터 낸 게 부메랑으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 명동 2호점이 있던 자리의 임대료는 3.3㎡당 200만원대에 이른다. 장사가 되든 안되든 임대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좋은 상권에 점포만 내면 제품은 알아서 팔릴 거라 생각한 탁상행정의 말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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