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사업 현주소

청년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하지만 사업을 발표한 지 2년 반이 지나고 있지만 청년에게 공급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단 1곳도 없다. 서울시의 또다른 청년주택 사업인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세대수도 부족하고 공실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세권 청년주택의 성과를 분석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청사진은 거창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해 진행이 더디다.[사진=뉴시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청사진은 거창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해 진행이 더디다.[사진=뉴시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다. 고시원 같은 임시 거주지를 전전하며 도심 속 난민으로 떠도는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 2016년 3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을 발표하면서 했던 얘기다. 

계획은 이랬다. “먼저 역세권의 규제(고밀도 개발 3년간 한시적 허용,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혜택, 절차 간소화, 대출이자 보전 등)를 해제하겠다. 그곳에 토지주들이 집을 지으면 그중 10~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게 하겠다.”  

같은해 9월 1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한강로2가(1088세대)와 충정로3가(499세대) 2곳에 역세권 청년주택 1ㆍ2호(시범사업지)가 착공한다”면서 “이르면 2017년 말부터 청년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역세권 청년주택은 잘 운영되고 있을까.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청년들에게 공급된 ‘역세권 청년주택’은 단 1곳도 없다. 역세권 청년주택 1호(한강로2가)조차 2020년 상반기나 돼야 준공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해당 사업을 위해 잡혀 있던 예산은 345억6000만원이지만, 집행된 예산은 고작 21억원(6.06%)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3만8000호가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인허가 검토 중인 곳을 다 합쳐도 2만8000호(인허가 마친 사업은 1만3000호)에 불과하다. 

사업이 더딘 이유는 뭘까.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참여한 사업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민간사업자 등 정책 참여자들의 생각을 못 읽었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사업 전에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문제는 사업자가 있다고 해도 진행이 더뎠다는 점이다. 박 시장이 “절차 간소화”를 외쳤지만 지켜지지 않은 거다. 

서울시가 노후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셰어하우스로 공급하겠다고 했던 또다른 청년주택사업 ‘리모델링형 사회주택(2017년 5월)’의 실적 역시 신통치 않다. 2016년에 시범사업으로 공급된 신림동 일대 셰어하우스의 수는 40세대에 불과한데, 공실도 적지 않다. 이 일대 부동산 관계자는 “셰어하우스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거주 형태”라면서 “공시생들 위주인 고시촌에서 셰어하우스를 만들면 누가 들어오겠나”고 꼬집었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다급해진 걸까.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 방식까지 도입했다. 철저한 계획 없이 목표치만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는 동안 실제 사업이 아니라 사무관리비(광고ㆍ회의ㆍ자문 등)로 빠져나간 혈세도 많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서 2017년에 쓰인 사무관리비만 6000만원이다. 
김정덕ㆍ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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