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가치 있는 일자리 만들었나
서울시는 가치 있는 일자리 만들었나
  • 이지원 기자
  • 호수 338
  • 승인 2019.05.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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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에 끝난 일자리 사업의 맨얼굴

239만8500명. 서울에 사는 청년(만 18~34세ㆍ2019년 3월 기준) 인구수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취업’이다. 서울시가 청년일자리 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청년일자리 사업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 없이 뛰어들었거나, 성과가 없어 일회성에 그친 사업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 일자리 사업의 맨얼굴을 들여다봤다. 

알바청년권리지킴이·관광특구활성화요원 등 서울시의 일부 청년일자리 사업은 일회성에 그쳤다.[사진=뉴시스]
알바청년권리지킴이·관광특구활성화요원 등 서울시의 일부 청년일자리 사업은 일회성에 그쳤다.[사진=뉴시스]

“청년들에게 임시적 단기 일자리 제공을 지양하고,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2011년 12월 6일정책워크숍).”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청년들을 만나러 달려갔다.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2017년에도 청년일자리를 청년기본소득청년주거와 함께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청년일자리 50만개(공공기관)를 창출하겠다(2017년 1월 25일, 청년간담회)”고 공언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과 발맞춰 지난 9년간(2011년~) 청년일자리 정책을 숱하게 쏟아냈다. 일부 사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예컨대 청년봉제인력 양성 및 고용지원 사업의 경우, 2016년 이후 총 취업자 43명, 현재 취업자 12명을 배출했다. 이 사업은 교육기관과 연계해 청년 봉제인력을 양성하고,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봉제업체로 취업하도록 돕는다. 청년에게는 취업장려금(30만원), 업체에는 고용보조금(70만원)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봉제업체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약하나마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담당 부서조차 사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만큼 금세 사라진 일회성 정책이 수두룩하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성이나 수요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인 게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을 벤치마킹한 서울시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이다. 박 시장은 2016년 1월 서울시 청년 10명과 함께 전주 남부시장을 찾았다. 청년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서울시는 5~20개 점포가 비어있는 시장에 청년상인을 입점시키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전통시장에 영업기반을 조성하고, 청년상인에게 임차료를 지원했다. 2016~2017년 7개 시장에 14억3063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청년상인의 폐업률은 36.1%에 달했다. 서울시가 지원한 청년상인 점포 36개 중 13개(2019년 3월)만 살아남았다. 2016년 청년상인 점포가 들어선 증산시장 관계자는 “시에서 점포 임차료를 100% 지원하는 1년이 지나면 나가는 청년상인들이 숱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점포가 비어있는 ‘죽은 상권’에 청년상인들이 들어가는 건 실패가 불 보듯 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제대로 상권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서울시 관계자는 “빈 점포가 드문드문 있다 보니, ‘청년몰’과 달리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면서 “청년상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시장방문객의 구매 품목과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고 답했다. 실제로 청년점포 업종은 디자인 소품, 카페, 디저트, 가족 공방 등으로 신규 고객을 창출하지 않는 한 시장방문객을 대상으로 하기엔 사업성이 부족했다. 

청년몰 ‘복붙’ 어렵네…

시류에 떠밀려 내놓은 정책은 일회성에 그쳤다. 서울시는 2015년 맥도날드에서 터져 나온 아르바이트생 처우 문제가 확산하자 2016년 ‘알바청년 권리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뉴딜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만 18세 이상 만 39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청년들을 권리지킴이로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르바이트 청년의 권리를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이었던 셈이다. 발대식에 참석한 박 시장은 ‘권리지킴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힘찬 출발을 선언했다. 지원자도 쏟아졌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모집한 뉴딜일자리 사업 중 권리지킴이 경쟁률이 25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 사업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사업 1년차가 된 2017년 4월에는 “권리지킴이 활동으로 임금체불임금꺾기 등 부당행위 2744건을 적발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권리지킴이는 일회성 사업(2016년 5월~2017년 12월)에 그쳤다. 사업 첫해 목표 인원이 100명이었지만 전체 기간 89명만이 근무했다. 권리지킴이 사업이 종료되면서, 부당행위를 신고ㆍ상담해준다던 인터넷 사이트(http://albaright.com)도 폐쇄됐다. ‘최고경쟁률’이나 ‘2000여건에 달하는 상담건수’도 그저 홍보에 그쳤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지킴이 사업은 2017년에 일자리정책과에서 노동민생정책과로 이관됐다”면서 “사업성과가 미진해 이관되기 전 사업종료 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년 뉴딜일자리 중인 관광특구활성화요원 사업도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지원자를 모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만 18세 이상 39세 미만 청년(대학
대학원생 배제) 중 관광업계 종사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청년들이 관광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관련 업종으로 취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사업의 취지였다. 참가자들의 주요 업무는 관광특구 내 불편사항 처리환대홍보 등이었다. 7개월(2017년 5월~11월)간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하루 6만5600원을 지급했다.

일회성 정책 수두룩

하지만 참가자 모집 흥행에 실패했다. 모집인원은 15명이었지만 참가자 수는 7명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관련 부서가 사업 경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어 사업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뉴딜일자리 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음해에 사업화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요도 파악하지 못한 채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은 또 있다. 취약계층 청년을 IT전문가로 양성한다던 ‘희망앱 아카데미’다. 서울시는 2011년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저소득층(기준중위소득 65% 이하2017년 기준 1인가구 월급 105만6140원) 구직희망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앱 개발 교육을 하는 희망앱 아카데미를 열었다. 7개월간 주 5일 하루 8시간 무료수업을 진행하고, 소정의 교통비 등을 제공했다. 서울시로선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와 복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2016년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 시작 이후 94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51명이 IT관련 업체에 취업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보도자료가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업이 종료됐다. 만성적으로 지원자가 부족했던 데다, 중도포기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계가 급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 프로그램이다 보니, 참여도가 높지 않았고, 중도포기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앱 아카데미 참가자 대비 수료자는 2014년 24명 중 8명, 2015년 20명 중 7명, 2016명 25명 중 13명에 그쳤다.

이밖에도 서울시 청년일자리 사업 중엔 단명한 정책들이 수두룩하다. 박 시장의 말처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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