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앞둔 20대 남성 재무설계

서울에서 생활하는 데 드는 평균 주거비(임차가구 기준)는 68만7000원에 이른다. 청년들이 쉽사리 목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다. 중소기업 직장인 홍성현(23ㆍ가명)씨도 고민이 많다. 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아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전형적인 예다. 더 큰 문제는 2년 후 군 입대로 경력이 단절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홍씨는 입대 전 대출을 상환하고 제대 후 필요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금리 신용대출은 최대한 빨리 상환하는 게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 신용대출은 최대한 빨리 상환하는 게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살이’는 팍팍하다. 취업을 위해 연고도 없이 상경한 사회초년생에겐 더욱 혹독하다.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주거비까지 짊어져야 할 공산이 커서다. 부모님 지원이나 모아둔 돈이 없다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임차가구의 월 평균 주거비는 68만7000원이었다. 교통비는 11만7000원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데 기본적으로 매달 80만원가량 들었다. 취업을 위해 서울에 온 직장인 홍성현(23가명)씨도 비슷한 사례다.

홍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곧바로 상경해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2년 후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고민이 많다. 그는 “신용대출 500만원을 받아 월세 보증금을 마련했다”면서 “다행히 회사에서 월세를 지원 받아 주거비 부담이 크진 않지만, 신용대출 이자가 매달 ‘숭숭’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씨가 돈을 좀체 모으지 못하는 이유는 원리금뿐만이 아니었다. 지인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한 보험료는 과다했다. 불필요하게 비싼 통신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유흥비
쇼핑비 등 감정소비도 적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제대 이후였다. 제대 후 재취업하기까지의 공백에 생활할 수 있도록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또 홍씨는 좀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었다. 입대 전까지 최대한 자금을 모아야 하지만, 홍씨의 통장에는 구멍이 나있었다. 신용대출 상환 부담이 큰 탓이었다. 홍씨는 빚을 청산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홍씨의 월급은 200만원이다. 이중 소비성지출은 통신비 17만원, 식비 54만원, 교통비 8만원, 미용비 2만원 등 81만원이다. 월세는 회사가 지원해주고 있다. 관리비와 공과금으로 매달 25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부모님용돈, 유흥비 등에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458만원이었다. 월평균 38만원가량이다. 소비성지출은 총 144만원이었다. 또 매달 적금 1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씩 붓고 있었다. 월세 보증금 대출 부담이 가장 컸다.

신용대출 400만원의 원리금이 매달 61만원에 달했다. 지인의 부탁을 받아 가입한 보장성보험료는 22만원이었다. 이렇게 비소비성지출은 총 95만원으로 홍씨의 총 지출은 239만원이었다. 매달 39만원씩 초과 지출하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홍씨가 뚜렷한 재무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홍씨는 신용대출을 먼저 상환하고, 주택자금, 결혼자금, 대학원 학비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Q2 문제점

홍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매달 61만원에 달하는 신용대출 원리금이었다. 월급의 30%를 빚 갚는 데 쓰느라 저축할 여력이 부족했다. 매달 22만원씩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도 과했다. 비정기지출이 월 평균 38만원이었는데, 항목을 살펴보니 대부분 유흥비나 휴가비로 쓰고 있었다.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졸라맬 필요가 있었다. 미혼 직장인의 경우 소득의 50%가량을 저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홍씨는 월급의 6%만 저축하고 있었다.

대출금 부담이 커서 저축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축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홍씨와 같은 미혼 직장인은 소득이 많지 않지만 부양가족이 없는 만큼 ‘의외의 여유’가 있다. 이 시기에 소비 습관을 잘 길러야 안정적인 미래를 꾸릴 수 있다. 

Q3 해결점

맨먼저 고금리 신용대출 원리금(61만원)부터 해결했다. 은행에 예치해둔 400만원으로 대출(400만원) 잔액을 일시 상환했다. 다음으로 통신비(17만원)를 줄이기로 했다. 기기할부금(5만원), 인터넷TV사용료(2만원) 외에 통신요금이 1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내근이 많은 사무직으로 굳이 무제한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었다.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 통신비를 6만원 절약했다. 주로 유흥비에 쓰는 비정기지출은 월 11만원씩 줄이도록 했다. 의료실비보험 등 필수항목으로 조정해 보험료를 12만원 절약했다.

이렇게 마련한 여유자금 90만원에서 초과 지출하던 39만원을 제외한 51만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주택청약종합저축(2만원)은 3.3% 이율을 제공하는 청년우대형청약상품(2만원)으로 전환했다. ▲19~29세 이하 ▲연봉 3000만원 미만 ▲무주택세대주일 경우 가입할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결혼자금, 대학원비 마련 등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15~34세 이하 ▲ 중소기업 직장인 ▲고용보험 가입기간 1년 이내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홍씨가 가입한 2년형 상품은 근로자가 매달 12만5000원씩 납입할 경우, 만기시 정부지원금
기업기여금을 포함해 1600만원(+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제대 후 사용할 자금은 적립식펀드를 활용해 모으기로 했다. 10만원씩 붓던 적금 규모를 27만5000원으로 늘렸다. 적금 대비 이율이 높은 적립식펀드(20만원)에도 투자하도록 했다. 이렇게 홍씨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목돈 마련 플랜을 세웠다. 저축 비중도 소득의 31%로 증가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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